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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밭 이웃

2월 28일 수요일 밀 심을 밭 준비는 다 마쳤고, 

파종할 밀은 양파 망에 담아 물에 담가 사흘째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아주 조금씩 촉이 터지는 것이  

내일(2월29일) 파종하기에 딱 좋아 보입니다.

다만 파종하기 수월하게 오후에는 꺼내서 고슬고슬하도록  잘 말려야겠습니다. 

 

오늘도 휑한 밭에서 혼자서 밭의 풀 매고, 봄나물 캐고,

3월 말 쯤 마늘, 양파에 웃거름으로 줄 칼륨액비-잿물- 만들고,

잘게 자르지 못한 화목용 나무 자르고,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보니 바쁘게 보내야겠습니다. ^^

 

우선 수레에 괭이, 호미, 엉덩이 의자 그리고 캴륨액비제조용 아궁이 재를 챙겨 밭으로 나갑니다.

밭에 도착해 밀 심을 밭을 보니 그저 흐뭇합니다. ^^

 내일 오전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내일 아침 일찍부터 밀을 뿌려야겠습니다.

밭 초입에서 보이는 작년에 심었던 쪽파. 

이웃밭의 오촌아재의 쪽파는 통통하고 길쭉한 게 

몇 뿌리만 뽑아도 파전 몇 장은 붙여 먹을 수 있을 정도인데,

민새네 쪽파는 키도 작고, 여리게 겨울을 났습니다. 

며칠 전 비 오기 전에 비료를 듬뿍 뿌려주시더니 효과를 보신 모양입니다. 

저도 아차 싶어

작년에 만들어 뒀던, 산야초 액비와 굴껍데기 파쇄한 것, 오줌 삭힌 것을 

여린 쪽파와 대파에 웃거름으로 줬습니다.

액비를 주기 전에 쪽파 밭의 풀부터 먼저 매어 주었는데,

풀을 매는 동안 저희 밭이랑 붙어 있는 밭이웃 김해댁(형수)이 바구니 하나 차고 저 멀리 

밭두렁 쪽에서 뭔가를 합니다. 

이웃사촌이 멀리 있는 자식보다 낫다고 하는 말이 있듯이 

늘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밭 이웃은 1년 내내 희로애락을 같이 하게 됩니다.

연초에 밭을 준비할 때면 

서로 무엇을 심을 건지,  올해 농사는 어찌 될 것인지 

작년 농사에 대한 아쉬움 등을 토로하기도 하고,

필요한 씨앗도 나눔 하고,

그때그때 밭에서 나오는 작물들 -쪽파도 배추도 고구마, 감자 등등- 나눠주시기도 하고...  

간혹 쉴 참을 나눠 먹기도 합니다. ^^

지난주 한창 양파 밭 풀을 매는데, 봉투 하나 주시면서 먹고 하라고 하시더군요. 

봉투 안에는 설탕에 버무려진 꽈배기 한 개. 

허기질 오후 무렵이라 아주 맛나게 먹었었네요. 

그렇게 잘 지내다가도 서로 붙어 있는 경계 부분에서 마찰이 생깁니다. 

한 번은 경계 부분에 제초제 뿌리지 말아 달라고

풀들을 민새맘이 일일이 호미로 캐서 풀들을 정리해 놓으니

얌체처럼 거기다가 기다렸다는 듯 팥씨를 뿌리거나,

제발 경계 부분에 약을 칠 때는 조심히 해달라고 해도, 

어느 날 가보면 약이 튀어 작물들이 말라죽어 있는 경우도 있고, 

형수님 댁도 친환경 농사짓는 이웃 때문에

농약 칠 때, 비료 칠 때 신경이 많이 쓰이기도 할 겁니다.

처음엔 논 이웃으로 시작해서

이제 밭 이웃으로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서로 챙겨주기도 하며 

이웃사촌으로 지낸 지 어느덧 10여 년입니다.  

 

풀을 매면서 냉이가 많이 보여 냉이랑 광대나물을 캐는데, 

도대체 이게 냉이인지 그냥 풀인지 헷갈려 솥쿠리에 넣었다가 뺐다가 하다가 

김해댁 형수에게 물어보니 다 냉이가 맞다고 하더군요. ^^

광대나물을 정월대보름에 나물을 해 먹었다고 얘기해 준 분도 김해댁 형수입니다. 

쪽파밭 풀을 매고 액비를 주고, 

풀 매면서 모아 온 냉이와 광대나물을 골라서 구분해 놓으니 냉이가 제법 되네요. 

저녁에 나물로 무쳐 보게 민새맘에게 배워보려고 했는데,

다른 일정이 생겨서 배우지 못했습니다. 

어제 호미로 뽑으려다 만 풀들은 괭이로 찍어내는 것으로

오늘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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