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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뿌리내리기

뜨거웠던 스토브리그~

 

구도 부산 출신인 저는 중학교 입학무렵 시작된 프로야구... 지금까지 애타게 롯데야구를 애증하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보통 프로야구는 정규시즌이 끝나면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 리그가 있는데요.

이 시기를 스토브리그라고 하지요. 

 

저에게도 지난 겨울은 뜨거운 한해 마을 운영을 준비하는 스토브리그였습니다.

왜냐하면 매년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는 새해 행정에서 지원해주는 보조사업 신청을 위한 기간입니다.

이 기간 안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보고, 지원 할 수 있는 것들을 검토하게 됩니다.

저는 몇 해 전 진행했던 장수마을 사업의 성과를 좀 더 확장해 보고 싶어 몇 달전부터 희망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신청하려고 준비 중이였는데, 마침 12월 중순 경에 사업 신청을 받더라구요.

당장 면사무소로 달려가서 사업신청서를 받아 왔었습니다.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한 평정도 밖에 되지 않는 마을 회관 주방을 확장하고,

부녀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요가프로그램도 진행하고,

두부와 강정 만드는데 필요한 시설 개선 및 작업장 용도 변경 등등 여러 가지 사업들을 계획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신청서를 작성하기 전에 공지문을 보니 저희 마을은 신청 제외 마을이더라구요.

앞전에 진행한 장수마을 사업이 유사한 사업이라 중복지원이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희망 마을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사업이 없을까 찾던 중...

경상남도 마을기업 공모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예비마을기업부터, 1차, 2차, 3차마을기업 까지 신청이 가능한데 저희 마을이 신청할 수 있는 분야는

보조금 2천만원, 자부담 2백만원의 예비마을기업이였습니다.

법인 대표와 의논해서 자부담 마련 대책을 확정하고,

신청서 작성에 들어갔는데요.

매일 매일 신청서 내용을 채우면서 몇 번이나 이 사업을 신청하는 것이 맞는 건지

사업을 진행 할 수 있을지 긍정과 부정의 시간을 보내면서 신청서 제출 마감일까지

전전긍긍하다 밑져도 본전이다 하는 생각으로 신청서를 제출하였습니다.

 

1월말 제출한 신청서를 토대로 경남도와 마을기업 지원팀으로 구성된 실사팀이 나와서

점검을 받았고, 실사 결과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채워 보완 수정된 신청서를 다시 제출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1월이 훌쩍 지나가 버리더라구요. ㅠㅠ

 

지난 주 수요일에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왔습니다. 마지막 검증단계였습니다.

대략 3~5분정도 자료를 준비하면 된다고 해서 민새맘이랑 아들앞에서 몇번의 예행연습을 통해 9분이나 걸리던 것을 5분으로 축소해서 자료를 만들었는데, 막상 발표장에 갔더니 3분안에 끝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새벽까지 발표자료를 수정하면서 5분에 맞췄었는데....ㅠㅠ

머리 속은 하얗게 바뀌고, 다시 발표할 순서를 정하는데...시간은 없고...

호출되어서 발표장에 들어가니 눈앞이 캄캄하고,

발표 시작과 더불어 몇 장 넘기지도 못했는데,

발표시간은 끝나고,

정신없이 질문 받고 대답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역시 이번엔 경험 쌓았다 생각하자!!!

하면서 마음을 달랬습니다.

 

창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내내 어찌나 아쉬움이 남던지 발표도, 질문에 대한 답변도

다시 자꾸 떠오르고...

내년에 잘 준비하면 되지 하면서 어떤 결과든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었습니다.

 

발표하고 이틀이 지난 뒤 예비마을기업으로 지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제출했던 신청서에 기록한 지난 4년간 저희 마을 법인이 꾸준히 이뤄낸 성과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해 주신 것 같더라구요.

12월부터 2월 중순까지 이번 사업을 위해 보낸 시간이 헛된 시간이 되지 않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올 한해 조금 더 발전하는 법인으로 키워 마을기업으로까지 확장해 볼까 합니다.

1월쯤 우리는식구 카페 회원님들께 사업 신규아이템관련 조언 부탁드렸는데,

관심가지고 댓글 달아주신 부분도 신청서 작성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