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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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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기 8월의 마지막날. 채우긴 쉬워도 비우긴 어려운 모양이다. 시골생활도 어느덧 만 4년이 다 되어간다. 빈집빌려 산지 3년. 새집으로 이사오며 이전 집의 짐들을 정리하면서 느낀다. 비우기란 쉽지가 않구나. 필요로 인해 늘리고 갖다 놓았던 것들이 버려야할 것들로 많이도 나온다. 조금씩 채워가는 건 어렵지 않는데 쓸데없어진 것들을 비워내는 것은 하기싫기도 하고 어렵기만 하다. 그렇게 미리 비우지 못해 이전 집 주인이 집에 와서 한판 쏟아붇고 갔단다. 시골에 오게되어 고생만하고 괜히 남으로부터 필요없는 소릴 들어야 하는 민경엄마에게 미안한 8월의 마지막 날이다.
멧돼지 1주일전인가 도로변바로 옆의 옥수수밭이 쑥대밭이 되었었다. 그 옆이 바로 우리 밭이기에 남일이 아니였다. 그날도 우리 밭을 건드리고 간 흔적이 있었다. 면에서는 포수에게 사냥을 의뢰했다는 얘기와 인원이 없어서 여기저기 나오는 멧돼지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 하였다. 그 이후 매일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얘기가 들린다. 자제분들에게 옥수수를 보내겠다고 통화 하신 이장님. 다음날 따러가보니 하나도 없이 다 없어졌다고 하시고, 앞집아지매는 고구마밭을 보시곤 눈물이 다 나더란다. 급기야 동네 형님은 콩밭의 입구에 망을 치고, 여기저기에 흰색 비닐을 달고, 그럴듯한 모양의 허수아비도 세워두셨다. 소리없는 전쟁이다. 멧돼지때문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혹시나 애써 키운 작물들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들이 많으시다. 우..
07.18 장마와 가뭄 2014년 07월 18일 금 흐리고 비 매일 라디오에서는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작물 소식에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장마전선으로 인해 비소식은 있지만 정작 와야할 곳엔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경남 일대는 오히려 비가 너무 잦은 편이다. 톡톡히 장마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충청, 강원, 전라 서울 경기쪽은 심한 가뭄에 한숨만 나오는 모양이다. 농사란 자연과 더불어 지어야 하는데 자꾸만 더불어 짓기가 어려워 지는 것 같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자꾸만 자연과 멀어지고 있는 탓일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지켜보면서도 핵발전소는 아직 우리 곁에 자리잡아가고 있고, 거주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수도권 인구를 위한 송전탑을 밀양에 건설하고, FTA협상을 통해 우..
농부의 역설 요즘 뉴스에서 '농부의 역설'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농산물 생산이 늘면 농가 소득이 떨어지고 반대로 생산이 감소하면 소득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이걸 ‘농부의 역설’이라고 한다." ['출처, 한국농정신문']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가 처음엔 나는 농부들이 돈만 쫓아 작물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알고보니 그런 것이 아니였다. "한 농가의 주작목인 경우에 수확이 많아지면 문제가 생긴다. 들고나는 살림의 비율에 균형이 깨져 쪽박을 차기 십상일 때가 많다. 이른바 풍년 농사에 배곯는다는 말이다. 요즘 양파나 마늘 그리고 각종 채소, 과채류들이 따뜻한 월동으로 풍작을 이뤄 농민들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
선거 지방선거가 끝났다. 우리지역은 대양,쌍백,삼가,가회 등 네개면에서 지역현안을 풀어갈 두명의 지역일꾼을 뽑았다. 그런데 두명 모두가 우리 면인 가회면에서 나왔다. 지난 선거에서 서른 몇표차로 떨어진 후보가 올해는 3번만에 당선이 되었다. 가회면에서 군의원이 다 나와서 우리 지역에 뭔가를 많이 따오길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농민이 잘 살 수 있고,인정 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겠다는 후보 시절의 말을 실천해 내는 당선인이 되었으면 한다.
귀농5년차 귀농 5년차금새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닐지 몰라도결코 짧은 시간도 아니였던 것 같다. 뒤돌아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던 지난날이였다. 초등학생이던 민경이도 중학생이되었고,어린이집 가기 싫다며 집에서만 놀던 새연이는학교 버스 놓칠까봐 밥 먹으며 시계를 쉴새없이 보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하고자기의 목소리를 낮출려는 마음이 힘들던 시기를 이겨낸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간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큰 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행복한 희망을 가져본다.
공사 한참을 잔 것 같은데 문득 잠에서 깬 지금 밖은 아직 캄캄한 깊은 밤이다. 하루종일 굴삭기 작업을 지켜보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는데, 그 일이 다시 머리속에 남아 뒤척이다 잠이 깨버렸다. 집짓기 시작부터 완공후까지 계속 따라 다니는 토목공사의 중요성 너무 아끼기보다는 제대로 일을 진행하라는 주변분들의 말이 자꾸 다시 떠오른다. 어제 작업도 미리 잘 진행했더라면 시간과 돈을 더 들일 필요없는 일이였다고 생각하니 고민이 많이 짧았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글쓰기 처음 시작할때 처럼 글을 쓰고 싶은데 이젠 좀 처럼 긴 글을 쓰기가 어렵다. 굳이 꼭 긴 글을 써야 할 것은 아니지만, 내 맘을 생각을 글로 쓰고 싶은 것이다. 밭에서 짤막짤막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이 참 맘에 드는데... 집에 돌아와서 막상 적을려고 컴터 앞에 앉으면 생각들이 아련하다. 시작은 할 수 있으나 맺기가 쉽지 않다. 이런저런 화두는 머리에 맴돈다. 마음의 여유, 초심, 함께하는 삶,,, 하나씩 적어나가봐야지. 조만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