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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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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무이파에 혼쭐 2011년 08월 08일 월 맑음, 입추 새벽에 몰아친 비바람에 밤새 잠을 설쳤다. 항상 일기예보를 보면 지리산 인근은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많았는데, 이번 태풍관련 예보를 들으면서 늘 그랬듯이 많은 비가 또 오겠구나 하고 생각만 했지, 그것이 태풍이라는 것을 깜빡해 버렸다. 강한 바람에 대한 아무런 대비도 없이 잠자리에 든 것이였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보니, 마당에 심어놓은 수수랑 돼지감자는 다 넘어가 있고, 하우스안에는 비가 가득 차있었는데, 또 집앞밭의 수수밭, 율무밭, 고추밭은 가관이였다. 넘어진 율무들, 율무밑엔 땅콩이 심어져 있다. 수수는 뒤쪽이 확 넘어가 버렸다. 다행히 율무는 열매 달린 가지가 많이 꺽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처입은 놈들이 좀 보였다. 지주대가 약했던지, 고추 한줄이 거..
녹두밭, 참깨밭 2011년 08월 04일 목 맑음 자연해독제라 하는 녹두따기도 이제 며칠 남지 않은 것 같다. 일찍 심기도 했지만, 너무 웃자라 쓰러지는 놈들도 많구... 지금의 녹두밭은 벌레들의 천국이다. 모기부터 심지어 파리까지 어젠 녹두를 따다 벌에 쏘여 손이 통통 붓고 있다. 벌레 중에서도 노린재류가 제일 많은데, 이놈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녹두 꼬투리가 텅 비어 있다시피하고, 까맣게 익기도 전에 갈색으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종류도 참 많고, 천적도 없다고 하는 것 같은데, 내년에는 특별한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이제 녹두는 곧 지는 놈이 될 것이고,,, 녹두밭 위, 감자 심었던 밭에는 늦은 깨가 자리를 잡고 한창 꽃들을 피우고 있다. 다른 분들은 깨를 찐다고 하시는데, 늦게 심은 우리 깨는 한창 알들을 달고 있..
태풍전야 2011년 08월 07일 일 흐림 태풍이 또 올라온다고 한다. 일기예보에는 오후 3시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끝내 비는 몇 방울씩 내리다 말다 했다. 오늘은 하루종일 흐리고,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꼭 휴일을 앞둔 것처럼 편안하고 차분한 느낌이다. 며칠전 산밭에 심은 메밀을 궁금하다고 민경엄마가 나무밭에 가보자고 해서 갔는데, 벌써 메밀 싹이 트고 있었다. 올 가을에는 메밀을 수확해서 메밀차를 만들어볼까 한다. 올 봄에 첨 먹어봤던 메밀차의 구수함이 느껴지는 듯 하다. 내일은 입추다. 입추엔 이전 농부들은 씨감자용 감자를 심었다고 한다. 우리도 종자는 자가채종을 지향하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오늘 감자심을 골을 타 두었다. 봄에 심을때 두둑이 좀 좁아서 신경쓴다고 했는데, 어찌 영 봄이랑 크게 다르지..
덥다 더워 휴~ 2011년 08월 03일 수 맑음. 지난주에 장만했던 메밀 심을 밭이 많은 비가 내린 탓인지 어느덧 풀이 쑥 자랐다. 땅은 질척거리고... 새벽에 씨를 뿌리고, 오전에 다 덮지 못한 흙을 덮어주는데, 그립던 그 오전 햇살이 급 부담스럽다. 땀은 비오듯하고, 땅은 질척거리고, 힘들게 메밀을 심고 나니, 큰 걱정거리를 든 느낌이다. 다만,메밀이 풀들과 잘 공생하며 자라줄지 걱정이 된다. 점심먹고는 아이들이랑 가까운 계곡물에 가서 놀리고, 오후에는 익은 녹두따고, 감자 밭에 심은 참깨밭, 들깨밭, 생강밭의 풀들을 매고 나니 또 하루가 다 지나간다. 이제 감자두둑도 만들고, 마늘주아도 정리해야하고, 참깨밭 옆에 쪽파도 심고, 배추모종도 곧 내어야 하고, 해가 나서 더운 요즘은 서서히 가을 농사를 준비하느라 바빠..
헛된 수고 2011년 8월 3일 맑다 흐리다 소나기 농부는 하늘과 땅을 섬기며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하늘이 하는 일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역할이리라. 새벽에 잠시 비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다행히 아침부터 비는 내리지 않았다. 오늘은 어제 미리 계획해뒀던 고추를 따기로 했다. 초보농부의 실력으로는 고추농사가 참으로 어려운 것을 새삼느낀다. 고추 농사는 초보농부에게만 아니라 베테랑이신 어르신들도, 앞집아지매도 병든 것이 많아서 밭에 가는 재미가 없다고 한숨 쉬실정도로 힘든 작물인 듯 하다. 우리는 집앞밭과 산밭에 나눠 심었는데, 특히 산밭의 고추는 병이 많이 들었다. 탄저병도 있고, 익으면서 물러지는 노균병도 있다. 이른 아침부터 산밭에서 붉은 고추를 따고, 아침을 먹고 집앞밭의 붉은 고추를 땄다. 나중에..
과욕 2011년 8월 2일 화요일 흐림 뭐든 과하면 부족하니 못하다 했다. 봄에 멋지게 만든 지주대 사이로 심어 놓은 수세미. 기침 천식에 좋고, 설겆이할때 사용할 수 있는 천연수세미로도 좋고, 여러가지 쓰임새가 있는 작물이다. 오늘 그 수세미들을 2포기만 남겨놓고 다 베어 버렸다. 과한 욕심으로 작물의 커나가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촘촘하게 심었고, 게다가 오이랑 같이 심다보니, 수세미간에 서로 엉키고, 오이 덩쿨과도 엉켜 끝내는 잘라내기로 한 것이였다. 수세미를 희생하여 오이라도 건져보자! 건져보자!! 올 가을에는 천연수세미를 만들어 많은 분들과 나눔을 할 생각이였는데, 내년으로 그 나눔을 미뤄야할 것 같다. 수세미를 위해 쇠파이프로 지주대도 추가로 세워주기도 했는데, 그자릴 오이가 점령해 버렸다. 몇주..
구멍 뚫린 하늘 2011년 8월 1일 월 하루종일 비, 많은 비 새벽부터 거세게 내리던 비가 하루종일 내렸다. 잠시잠깐 멈추는 듯 했지만, 내릴때는 거침없이 겁나게 내렸다. 지난 주 중부지방에 내렸던 폭우가 남하하는 모양이다. 하루종일 밭에도 가지 못하고, 집마루에 몸을 눕히고, 편안한 낮잠도 청해 보고, 지난 주말 어머니 생신으로 부산 다녀온 여독을 풀어본다. 지난주까지 콩밭의 일부 메밀 심을 곳의 풀매기 일이 마무리 되어, 거름도 내어놓고, 골도 타 두어 오늘부터 메밀을 심을 예정이였었다. 근데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주는 목요일까지 많은 비가 내릴 모양이다. 구멍뚫린 하늘 덕택에 초보농부의 맘은 타 들어간다. 일일이 손과 호미로 뽑은 풀들이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메밀을 심기전에 다시 그 영역을 넓히지 않을지 걱정이 ..
터진 녹두 꼬투리 장모님이 말씀하신대로 녹두가 익으니까 스스로 터졌다. 터진 녹두 알은 어디로 간지 안 보이구... 성질이 급한 놈인지, 터지면서 꼬투리가 빌빌 꼬이기도 한다. 조금씩 수확해야하는 녹두는 매일 산밭에 아침 저녁으로 발걸음 하도록 만든다. 알이 작고, 한참에 수확하지 못해 번거롭지만, 밥에 섞어 먹어보니, 맛이 참 좋다. 자연 해독 효능을 가진 녹두는 계속해서 경작할 품목으로 정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