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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비 갠날

2012년 08월 25일 토 맑음

 

드세게 내리치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쳤다.

먹구름대신 하얀 구름과 함께 반가운 햇빛이 비친다.

 

전날부터 비가 그치고 맑아진다는 소식에

활짝 개면 무얼할까 맘이 분주해 했었는데...

우선 비때문에 미뤄뒀던 밭주변 풀부터 매어주기로했다.

밭 바로 앞에 거름더미가 있다보니, 풀이 더 우거져있다.

이 풀들도 베고, 도구정리도 해야한다.

거름더미 옆의 풀들은 색깔도 진하고, 키도 엄청 크다.

예초기로 베어서 다시 거름더미 안에 넣어 같이 섞어주면 또 좋은 거름이 된다.

예초기 돌리고 나니 쑥 자란 들깨가 잘 보인다.

키큰 풀들에 가려졌던 거름더미도 시원스럽게 보인다.

산밭에 풀을 베고 내려와 이제 지난주 베어세워뒀던

녹두를 정리하기로 했는데,

비닐로 씌워뒀던 녹두가 하얀 곰팡이가 생겼다.

녹두는 싹도 잘 나고, 잘 터지고 한다며 바로 바로

따라고 하신 동네 아지매의 말이 떠오른다.

집에 베어 둔 녹두를 보관할 창고만 있었어도

이렇게 썩혀 버리진 않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이럴때만 되면,

얼른 터를 구해 집도 짓고 창고도 지어야 겠다는 마음이 자꾸 든다.

시골에 살면서 집도 집이지만,

이것저것 정리하고 저장할 수 있는

창고하나가 참 아쉽다.

귀엽게만 생긴 이놈은

떼를 지어 날아다니며

한창 익고 있는 키큰수수를 건드리고 있다.

 

비가 오는 며칠동안 아주 맘 놓고 수수를 까먹었다.

이놈들이 날아 앉느라 그랬는지 꺽여진 수수도 많아졌다.

 

작년엔 참새 피해가 별로 없었는데,

참새들은 키큰 수수를 좋아하나 보다.

얼른 익으면 베어낼 생각을 했지만 그러다간

수수를 참새들의 먹이로 바쳐야할 것 같아 부랴부랴

대책을 강구한 것이 양파망을 씌우는 것이였다.

선재네에서 양파망을 얻어와서 수수에 씌우는데,

참새들이 생각보다 많이도 까 먹었다.

이번 참새떼의 피해를 보며 동네아지매의 수수밭을 보며 하나 배운다.

수수는 간작이나 혼작이 좋다고 했는데, 아지매는 땅콩밭과

콩밭 사이사이에 띄엄띄엄 수수를 심어두셨다.

또 다른 밭을 봐도 수수를 한 곳에 밀식하지 않았다.

내년에는 간작이나 혼작으로 수수를 심어봐야겠다.

깻잎김치를 좋아하는 큰아이가

오늘은 깻잎따는데 같이 나섰다.

작년보다 간격을 넓게 심어서 인지 풍성하게

가지를 펴고 있다.

들깨밭 옆엔 크게자란 풀들로 도구가 막혔었는데,

민경이랑 민경엄마가 깻잎 따는 동안 

태풍을 대비해서 도구를 파주니 고인물이 흘러 나간다.

 

 

 

 

 

비갠 날 오랜 만에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틀뒤에 새로 북상하는 태풍소식에 하루가 더

바빠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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