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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비는 내리고

2012년 08월 22일 수 흐리고 비

 

가뭄끝에 내린 단비 소식에 반가운 맘 가진지

며칠되지 않아 쏟아지는 폭우에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장마때보다 더 많은 비가 며칠째 내리고 있다.

그러더니 드디어 집앞 냇가의 물이 금새 불어났다.

지붕의 물받이를 통해 떨어지는 물줄기의 모습도 거세기만 하다.

 

 

하늘과 땅을 잇는 농부는 극심한 가뭄의 터널을 지나자마자

또 다른 넘치는 폭우에 속만 태우게된다.

 

올해는 가뭄과 함께 폭염으로 인해 고추농사에는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았다.

7월말,8월초에 비소식이 거의 없어 고추에 병도 많이 발생하지 않았고,

일찍 수확하는 사람들은 태양초도 많이 만들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린 풀매는 일을 정리하느라 고추 수확이 늦어져

첫번째 말리는 작업은 아궁이에 불때서  구들방에서 며칠째 말리는 작업을 했고,

계속되는 흐린 날씨에

두번째는 동네형님네의 고추건조기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아직은 매사가 다 생소한 일인지라 조금만 서둘렀으면

자연 태양초를 만들 수 있었을텐데,

늦게나마 건조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일도 만만치 않은 일인 듯 하다.

그냥 기계에 넣어놓으면 될 줄 알았는데,

자주 기계를 확인하며,

마른 정도도 확인해야하고,

다 익은 놈들도 골라 내어야 하고,

다시 기계 설정해야하고, 작은일이 아니였다.

 

마른 정도 확인하는 것도 첨하는 일이라

처음엔 몇번을 만져도 마른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쉽지가 않다.

 

고추꼭지 부분을 눌러서 살짝 비벼보면 물컹한 느낌이 있으면

좀 더 말려야 한다는 정도 이해하면서 여러번 꺼내서 만져보니

대강 감은 잡힌다.

요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새연이.

며칠전 A4용지에 쓱쓱 그린 그림이다.

 

어제 진주나간김에 스케치북을 사왔더니,

아침부터 그림도 그리고 스케치북 겉면에 색칠한 것을 찍어달란다.

잠시 비가 소강 상태다.

많은 비에 밭은 안녕한지 둘러본다.

 

밭 초입에 있는 팥이다.

역시 직파한 팥은 쑥쑥 잘 큰다.

직파한 팥에 비해 모종을 옮긴 녀석들은

아직 작기만 하다.

가뭄에 타들어가던 콩도 꼬투리를 맺기 시작했다.

웃거름도 주고 풀도 매어주고

특히 새연이가 밭에 갈때마다

쑥쑥 자라라고 기도한 덕인지

이제 나무밭의 고구마도 잎이 풍성해 졌다.

메밀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다.

 

 

빠른 놈들은 꽃도 피울 채비를 한다.

산밭에 심어놓은 들깨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땅콩도 처음 우려했던 새 피해 없이 숲이 풍성하다.

가을 익을때까지 잘 성장해 주길 빈다.

직파한 배추도 본잎이 나고,

무우도 싹을 틔우고 있다.

씨감자용 자주감자도 싹이 올라왔다.

올해는 참새떼가 수수밭을 자주 찾아온다.

머리에 든것이 많으면 스스로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키큰 수수도 무거운 머리를 숙이며 알곡이 익어가고 있다.

단수수도 알곡이 풍성해 진다.

참새들의 피해가 심해질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은 양파망으로 씌워주고 있는데,

아직은 우린 어떻게 해야할지 그냥 멀리서 바라본다.

고추밭 옆의 당근도 특유의 본잎이 올라온다.

무성한 고구마줄기를 걷어올리다보니

여기저기 큼직한 두더지 구멍이 보인다.

흙밖으로 들어난 채 익지 못한

고구마는 누군가가 야무지게 갉아먹었다.

두더지가 생기면 뱀도 생긴다더니,

두더지 구멍앞에 떡하니 또아리 튼 뱀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잠시 서로를 주시하다

내가 먼저 자리를 비우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긴급히 깡통캔을 이용한 진동지주대를 세워준다.

비는 계속 내리고, 일의 흐름이 깨어지고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찾아 해 보기로 한다.

가을에 심을 마늘 주아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1년생주아, 2년생 주아를 분류하고,

작은 것들은 마늘밭용 액비로 만들어볼까 한다.

올해 첨으로 심어본 팝콘 옥수수.

심을땐 노란알이였었는데,

수확해서 보니 빨간색이 달렸다.

우찌된 일인지 미스테리다.

비가 계속와서 말려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말려 겨울에 차로 또는 밥에 넣어 먹을 옥수수도 창고에 매달아 말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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