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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08.25 늘어만 가는 부담감

2013년 08월 25일 일 맑음

 

 귀농 4년차인 올해

동네 분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농사경험이지만

올해 만큼 기복이 심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도 많고,

여기저기 신경써야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시작한 논농사는

밭농사와 달리 긴 호흡으로 진행되고,

밭농사처럼 혼자의 노동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서로 이웃하는 논두렁관리 즉 제초하는 것도

스스로 시기에 맞게 진행해야 되는데,

밭일하랴 다른 일하랴 하다보니

항상 이웃 논주인이 먼저 제초를 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도 들어 심적 부담도 늘어간다.

 

이제 곧 나락 타작도 준비 해야하는데,

미리 동네아재한테 시간이 어떠신지

부탁도 해야하고, 안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기도 해야 한다.

 

이런식으로 자꾸 다른 분들에게

부탁해야 하는 일이 생기니

소심한 나에게 부담감만 늘어간다.

 

얼떨결에 맡게된 새마을지도자라는 자리도

마을 일에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야하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항상 다른 분들에 비해서 잘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치 못하다.

 

집짓는 부분에 있어서도

진입로가 좁아 넓히기 위해

두 분의 논주인을 만나서 땅을 내어달라고 

부탁드리는 과정에서

마을의 여러분들께  

폐만 끼치는 것 같아 그것도 마음이 쓰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올 한해에 다 몰려 있게 된 것인지...

하루 하루 맘 편할 날이 없다.

추진력있게 밀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늘어난 밭의 작물들을 보면,

올해는 하나같이 잘 되는 것이 별로 없어보인다.

수수도 유난히 참새떼의 피해가 심하고,

땅콩도 갑자기 잎들이 떨어지면서 볼때마다 한숨만 나오고,

야콘은 이유도 모르게 자꾸 말라 죽어가고,

대파도, 우엉도 풀에 치여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고추도 작년에 비해 병이 많이 들어버렸고,

무슨 일을 해도 신명이 나기보다 걱정이 먼저 앞선다.

 

점점 현실적인 부분과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되다보니

심적 여유가 없어져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를 잘 넘긴다면

내년에는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새로 집도 짓게되면 좀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실패 속 성공의 밑거름도 만들어 갈 수 있을테니깐...

좀 더 힘내고, 부딪혀 깨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내어 봐야겠다.

 

 이틀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내렸다.

밭에는 해갈이 될 만큼 충분히 비가 땅에 스며들었다.

 

그런데 미쳐 찧지 못한 검은깨가 내린 비에 싹이 나 버렸다. ^^;; 

수수도 군데군데 하얀 발이 나 있는 놈들이 보이고... 

반짝이의 효과가 별로 없어서 

간단하게나마 허수아비도 세워보지만,

이미 맛을 들인 참새떼는 아랑곳하지 않는 

녀석들이 대단해 보인다. 

기대한 만큼 잘 커 준 수수는

막바지 새들의 피해가 걱정이 된다. 

내린 비에도 야콘은 시들어가는 녀석들이 

많이 보인다.

내년에는 적은 수량으로 충실히 키워 봐야겠다. 

앙증맞게 올라 온 무우다.

이제 가을 작물들이 하나 둘 밭에 자리 잡아간다. 

직파한 배추도 본잎까지 틔워냈다. 

거름이 부족하지 않을까 

어제 비를 맞으며 오줌을 뿌려줬는데,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집에서 낸 배추 모종은 생각만큼 잘 자라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온 뒤라 배추 모종을 사왔다.

겨울 김장용으로 잘 자라 주길 바라면서 심어간다. 

올 봄에 받아 둔 토종 시금치도 뿌리고, 

당근 씨도 뿌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거름더미 옆 마지막 남은 수박도 

한동 따서 왔다.

올해는 우리가 키운 수박이 총 8통 정도 되는 것 같다.

글치만 실력 부족으로 덜 익었거나 너무 익었거나 

크기가 작았다. 

가면 갈 수록 어려운 것이 농사라는 것을

올해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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