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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민새네의 가을

2011년 09월 07일 수 맑음

 

오늘 아침이 발바닥이 차가울 정도로

서늘한 기운에 몸이 절로 떨려왔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집앞 밭을 시작으로

하루 하루 자라는 밭들의 작물들을 한번 쭉 둘러본다.

집 담벼락엔 동부가 주렁주렁 꼬투리를 달고 있지만,

노린재가 매번 빈 꼬투리만 남겨놓는다.

 

키 큰 해바라기는 굵은 잎과

쟁반처럼 큰 꽃들이 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해바라기씨는 견과류로 좋은 간식거리가 될 것 같다. 

직파한 배추는 이제 본잎도 내고

 무우도 솎아줘야할 때가 다 되어간다.

배추모종사이에 왕성하게 올라오는 열무는

곧 뽑아서 열무김치를 담아야 할 정도로 기세가

드세다.

봄에 심었던 땅콩과 고구마도 

동네분들은 대부분 다 캤지만,

우리는 주저주저한다.

더 두면 더 실한 열매를 얻지 않을까 하고 미뤄보기도 하면서도

두더쥐의 피해는 없을까 걱정도 된다.

낮에 한번 캐본 땅콩은 입으로 물어 깨어보니

꽉찬 알이다.

 

올 하반기에는 수수랑, 율무가 경제(?)작물이 될 것 같다.

혹시 잡곡을 좋아하시는 분은 수수밥이 어떠신지. ^^

이번주부터는 수수를 매일매일 조금씩 베고 있다.

두마리의 비둘기들이 호시탐탐 수수를 노리고 있기에

조금씩이라도 익은 놈들을 거둬들여야 한다. 

촘촘하게 심었고, 거름이 많았었는지,

너무 웃자라 버려 낫으로 베는것도 쉽지가 않다.

베어온 수수는 몇개씩 묶어 서까래 밑 대나무에 하나씩 걸어 말린다.

조금이라도 더 익고, 잘 마르라고...

옆집 문실아지매가 율무를 보시더니 미숫가루 만들때

같이 넣었으면 한다고 갈무리하면 꼭 팔아달라고 하신다.

며칠전 내린 폭우에 당근은 아직도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웬지 당근은 너무 약해 성장하는 모습이 불안하기만 하다.

올해는 제대로 키워봐야할 건데...  

며칠전 내린 폭우로 인해 조금은 젖어 있었지만,

지금은 바짝 말라 조금만 건드려도 깨가 떨어진다.

비오기전에 털어야 겠다.

식구들 모두 깻잎김치를 좋아한다.

며칠전 담은 김치가 동이나

다시 산밭의 깻잎을 따러갔다.

새연이를 꼬셔 데리고 가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다.

같이 깻잎도 따고...

초보농군이라 그런지,,,

산밭의 작물도 모두 웃자랐다. 키가 많이 크다.

작물은 키가 크게되면 그만큼 열매를 실하게 맺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지매들은 웃자라지 않도록 키워야 한다고 하시는 것 같다.

찰수수도, 토종조도, 들깨도 그렇다.

토란잎을 따서 새연이에게 줬더니,

머리에 대고 상모돌리듯이 돌려본다.

토란대는 말려서 국에도 넣어먹고,

꼬리가 되기도 한다.

토란대는 나물도 만들어먹고, 쓰임새가 여러가지라고 한다.

그리고 작년에 알토란을 넣은 국을 끓여 먹어보니 참 맛있었다.

올해는 우리가 키운 놈으로 겨울에 따뜻한 국을 끓여 먹어봐야겠다.

 

앞집 평지아지매가 구해준 딸기모종도 어느듯 자리를 잡아간다.

내년 봄에는 빨갛게 익은 딸기를 기대해 본다.

올 봄 좁은 공간에 밀집해서 심었던 수세미 중에서

몇 그루만 살려뒀는데, 그 그루에서 수세미가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한다.

올해는 대부분 늙혀서 천연수세미로 만들어 나눠쓰기도 하고,

좀 늦게 달린 놈들 조금은 효소로 만들어 볼까 한다.

콩밭에는 늦게 심은 메밀도 자라 올라오며,

하얀 꽃을 피워내고 있다.

늦봄부터 여름까지 콩밭 매는 기억만 있는 듯 하다.

8월 31일 민경엄마가 마지막 골을 매고 나서

각자 먹고 싶은 것 하나씩 쐈다.

난 막걸리, 민경이는 과자, 새연이는 풍선, 자기는 과자 ^^

그렇게 고생했는데, 콩은 꼬투리는 많지만 알은 들지 않고,

어떤 놈들은 누렇게 뜨는 것 같다.

올해 콩 농사에는 맘을 비워야 할 것 같다.

 

 

이제 곧 하나둘씩 갈무리도 해야 하고, 겨울 날 나무도 하러 다녀야 하고,

며칠 뒤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한가위도 보내고,

민새네 가을은 아쉬움과 설레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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