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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민새네 이야기

불면의 밤을 날리는 쟁기질(01.15)

그저께부터 정말 봄날 같았습니다.

한창 춥다가 갑자기 날이 풀리니 동네분들 한동안 얼었던 수도가 녹아서 수돗물이 나온다고 기뻐하십니다.

반면에 갑자기 얼었던 것이 녹으면서 수도관이며 보일러 관들에서 여기저기 누수현상이 발생해서 몇번 긴급호출을 받았었네요.^^

땅속에서 물이 새는 건 어쩔수 없어도 보일러 엑셀 터진 건 서툴지만 손을 봐 드렸네요.^^

 

몇 년 전부터 연말 동회때가 되면 진정성은 없어 보이는 이장 제의가 있어 왔었더랬습니다.

잘 하던 못하던 연배가 있으신 분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하는게 좋겠다며 전 나중에 해도 된다고 동네 아재 또는 아지매들 먼저 하시라면서 사양은 했었는데요.

근데 딱히 나서시는 분은 없고 저한테 형식적으로 제안해보고, 제가 안한다 하면 할 사람이 없으니...

기존 이장님의 임기가 자꾸 늘어만 갔었습니다.

2~30년 넘게 하시는 이장님들의 가장 좋은 변명거리가 할 사람이 없어서 이라더니 정말 그렇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이젠 바꿔보자는 바람이 불고 더는 사양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덜컥 이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새 이장으로 선출된 연말연시 그리고 지금까지

그동안 봐 왔던 동네의 이런저런 일들을 되짚어 보게 되고

마을 일들 어떻게 꾸려갈지 등등 생각하다보니 잠을 청해도 잠이오지 않는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등만 다였다 하면 골아 떨어졌었는데 말이죠.

밤이 무서워지는 요즘입니다.

소식 접하신 주변들 축하한다고 말씀 하시는데 절대 축하 받을 일은 아니네요.ㅠㅠ

하루에도 몇 건씩 면사무소에서 날라오는 행정알림문자 이걸 마을방송으로 해야할지,

해당되는 사람에게만 문자할지,

해당되는 사람은 누군지, 알려야 할 내용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ㅜㅜ

 

어젠 머리 속 뒤엉킨 생각들을 비워 볼까하고

땅속 굼벵이 퇴치를 위한 쟁기질을 했습니다.

작년 고구마 심었던 밭인데요.

유독 굼벵이 피해가 컸었거든요.

따스한 날 뒤집어 주면 굼벵이들도 봄인 갑다하고

나왔다가 다시 찾아올 추위에 혼쭐이 나겠지요.ㅎㅎㅎ

올 겨울 춥긴 많이 추웠나봅니다.

양파는 거의 땅 붙어 버렸습니다.

 

몇번 왔다갔다 하지 않았었는데도 금새 땀이 흘러 내리더군요.

천상 농부인 모양입니다.

이렇게 몸을 쓰고 땀흘리니 머리 속이 맑아지네요.

간만에 깊은 잠을 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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