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2월 05일 수 맑음
너무나 뜻밖의 소식에
믿기지 않았던 작년 연말.
늘 하회탈 웃음으로 넉넉하고
호탕하게 웃으시던 형님이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핸드폰에 찍힌 부고 소식을 몇 번을 눈씻고
봐도 믿기지 않는 형님의 이름이 찍혀 있었다.
오늘은 49제 날이였다.
이제 마지막 인사하는 날이란다.
'형님 잘 가시구요.
좋은 곳에서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형님'
집 지을때 몇번 지나가시는 길에
집짓는 현장에 들르셨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도 그러셨고,
그날은 집에서 같이 식사도 했었는데...
평소 좋아하시던 술을 끊은 지 오래라고 생각하고,
매실주 한잔 밖에 따라 드리지 못했는데,
언젠가 걸판지게 한잔 할 날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날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돌이켜보니 그때가
형님과 처음 만난지 만 3년하고도
6개월이 더 되는 날이였다.
그리 긴 시간도 아니였는데
형님은 나에게 참으로 큰 힘이 되어주셨던 것 같다.
합천으로 귀농할려고 이분 저분 만나다가
우연히 합천 가야행에 동행하게 되었었는데,
그때의 첫 인상은 내가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사람을 질리게 하셨다. ^^;;
술도 좋아하시고, 욕도 잘하시고,
처음 보는 나에게 마구 말을 던지셨는데,
처음엔 너무 부담스러웠었다.
솔직히 다시는 뵙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주변분들의 말을 들으니
내가 생각했던것과는 다른 분이셨다.
그러다 합천으로 귀농해서
몇 개월이 흐른뒤
형님이 운영하는 꿈꾸는 달걀의 농장에
닭 거름을 얻으러갔다가 다시 인사하게 되었는데
첨에는 형님도 나도 멋적어 했었었다.
막걸리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며
닭거름도 몇번 실어오고 하면서 형님과 친해지게 되었다.
민새네의 거름농사에 크게 도움을 주셨고,
다른 분과 함께 만날경우
나를 소개하실때 '참 재미나게 농사짓는 친구'라고
하셨고, 항상 진정으로 나를 응원해 주셨다.
가시기전에 남기신
형님 직접 쓰신 자서전
'나를 말한다'에 보면
"나를 간단히 줄이자면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고,
내가 못하는 일에는 관심을 가지나 나서지 않는다.
남이 잘 하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박수를 쳐줄 줄 알고,
자기 목적을 위해 공적, 사회적 가치를 박살내는 존재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헌신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라고 적어 놓으셨다.
짧게나마 만나서 보았던 형님
그대로를 참 잘 표현해 놓으신 것 같다.
농민이 대접받고,
소농이 뿌리내리기를
서로가 소통하는 그런 사회를 만드시고자 했던
형님이셨다.
참으로 짧고 진하게 만났던
보내기 싫은 형님이셨지만,
오늘은 보내드려야 한다.
부디 극락 왕생하세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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