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6월 29일 금 맑다가 흐리다 비
감자캐기 시작한지 6일째.
지난 3월 감자 심을때도 나흘정도 걸렸었다.
거름내고, 골타고, 감자 심고, 또 골타고 감자심고 하다 보니,
나흘짼 지쳐서 남은 씨감자를 위해 골타는 대신 나눔을 해 버렸었다.
그 감자들이 모진 가뭄에도 잘 자라 주었지만
첫날 캘때는 실망과 희망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었다.
생각보다 감자알이 작아서 탄식도 있었고,
가뭄의 탓인지 몰라도 너무나도 땅이 딱딱하여 깊고 넓게
뿌리 내리지 못한 감자가 안 스럽기도 했었고,
감자를 캐다 큰 감자를 호미로 찍어버려 안타까워 하기도 했고,
어느 두둑에서는 빛을 받아 파란 감자가 많이 나와 우울했다가,
어느 두둑에서는 큼직큼직한 놈들이 몇 개씩 달려 나와
높이 들어보기도 했었다.
이렇게 며칠씩 조금씩 천천히 우리 부부와 아이들의 힘으로
감자를 캘 수 있었기에
이런 저런 감자에 대한 기억들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주변에서는
아래 밭의 동네 형님네는 콩모종 옮기느라 바쁘면서도
며칠씩 걸려 감자를 캐는 동생네를 안스럽게 쳐다보시기도 했다.
"장마가 곧 올텐데 어여 감자를 캐야지."하시면서...
또 대학생농활대가 왔으니 일손 신청을 해 보라는 귀농자의
제안도 있었고, 감자 캘때 연락하라는 분들도 있었지만,
웬지 남의 손을 빌려 일을 한다는 것이 아직은 부담스럽다.
하루하루 감자를 캐서 집으로 나르고, 분류하고,
택배보내고 하는 것이 며칠째가 되었다.
한주 동안의 긴장의 시간이 저녁부터 내리는 비와 함께
조금 편안해 짐을 느낀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주문을 해 주셨고,
또 감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 분들이
많았고, 격려의 말씀을 많이 해 주신 것 같다.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게 된 분들과
작년의 인연을 계속 이어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많지만,
작지만 소박하게, 지킬 것 지켜나가는
농부의 길을 걷도록 더 분발하기로 다짐해 본다.
그렇게 고대하던 비가
감자를 다 캐고 나니 추적추적 내린다.
그나마 남아 있는 자주감자에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 콩, 들깨 모종을 옮기기에 좋은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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