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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08.27 무 파종

2015년 08월 27일 목 맑음

 

작년에 비해 10여일 정도 늦게 김장무를 파종했다.

2~3cm정도 간격을 두고 줄 뿌림했다.

솎아내기가 좀 수월할려나 모르겠지만...

 

봄에 심었던 녹두를 조금씩 정리하며 밭을 만드느라 밭을 장만하는데

며칠 걸렸다.

그리고 집에 만들어 두었던 거름도 없어 밭에서 거름을 퍼 나르다보니

일이 더 더디게 진행된 셈이다.

그래서 시금치나 겨울초 심을때 쓰기위해 계분이랑 미강 왕겨 녹두대 자른 것을 섞어

거름을 만들었다.

오후에는 장에서 배추모종도 사다 심었다.

이제 김장용 작물들은 밭에 심어졌고,

아직 덜 벤 깨도 찌고 잘 마른 깨는 털기도 해야한다.

8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고, 9월이 되면 다시 바빠지겠지.

 

귀농 6년차.

매해 순탄치 않았던 시골생활.

올해는 어느해 보다도 나의 정체성, 자존감에 대한 위기감을 많이 느낀다.

언제쯤 오직 농부의 삶을 중심에 두고 살아갈 수 있을지.

벌써 농사에 발을 들여놓은지 5년이나 되었음에도

내가 무얼해야하는지 어떤 것들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자신감이 없어진다.

 

귀농 전에 했던 다짐과 희망들은

나 혼자만의 공염불이였다는 생각들이 자꾸 맴돈다.

 

몇년전 귀농한 선배님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요즘 자꾸 떠오른다.

 

귀농10년뒤에 보니 귀농해서 알게된 많은 분들의 근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얘기였는데,

건강이 악화되었다거나, 농사 짓고 살기 힘들다거나, 시골생활하며

가정의 불화가 생겼다거나 등등.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몇 년후면 나도 10년차가 되고, 그 이상의 년차가 될텐데...

나의 가정을 잘 지켜낼 수 있을지,

처음 가졌던 그런 당당하고, 건강한 농부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자꾸 자신감이 없어진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

 

한권의 책을 꺼내어 읽으려다가

다시 책꽂이에 꽂았다.

'무위당 장일의 노자이야기' 란 책이다.

책을 읽을 수록 내 맘이 불편해 질 것 같아서

책을 펼칠 수가 없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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