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골살이/농사이야기

08.31 이슬

2015년 08월 31일 월 맑음

 

한달의 마지막날이자, 새로운 한주를 시작하는 날이다.

아이들이 개학하면서 잊었던 요일 개념도 잡히고, 날짜도 되집어보게 된다.

 

요즘 아침일찍 밭에 나갔다 오면 옷이 흠뻑 젖는다.

얼마전부터 이슬이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작물들도 어느정도 몸집을 키워 밭을 둘러볼라치면

이슬이 몸에 바짝 바짝 달라붙는다.

 

이슬이 햇볕에 자취를 감추는 것을 이슬이 깬다고 한다.

이제 아침 일은 이슬이 깰때까지 무슨 일을 해야할지 고민해야한다.

또 햇볕에 말리던 것들도 이슬이 맞지 않게 이슬 내리기전에 거두고,

이슬 깨면 다시 널고 하는 일도 해야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일의 변화를 가져오는 이슬이다.

이런 것들을 나는 잘 잡아내지 못하는 무딘 농부이다.

아이 엄마는 이런 것을 잘 잡아내는 세심함이 있다. 

나는 항상 뒷박치고 무디기 그지없다. ^^;;

 

안개 자욱한 아침 공기를 뚫고 논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제 벼도 고개를 숙여 논의 물을 뺀지 며칠 되었지만, 여전히 물이 많이

고여 있었다.

왜 그럴까?

자세히 보니 수로의 물이 논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제 논두렁 풀을 예초기로 깍았는데, 그 풀들이

길에서 논으로 들어가는 작은 다리 밑에

밀려들어간 큰 돌에 걸려 물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밤새 물들이 논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10분이상 씨름하다 겨우 풀들을 끄집어내고 논으로 들어가는 물 구멍을

막아놓았다.

작년 타작할때 논이 마르지 않아 고생한 기억때문에 논 말리는 일에

요즘 부쩍 신경이 많이 쓰인다.

논을 다 둘러보고, 근처 콩밭으로 가 보았다.

 

이슬에 옷 젖으며 콩밭을 누비다 콩 꼬투리를 보았다.

꽃이 지고 그 자리에 생기기 시작한 꼬투리는

크기가 작은 놈이 쥐눈이콩의 꼬투리이고, 

메주콩은 그보다 좀 더 크다. 

앞으로 태풍에 쓰러지지 말고, 개미허리노린재에 좀 덜 고생하며

잘 자라주었으면 한다.

씁은 오이라는 별명도 있다는 여주는

아직 우리에겐 낯선 작물이다.

생긴 건 오이같지만,

작은 혹들이 많아 보기엔

조금 징그럽기도 하다.

그래도 주렁주렁 달리는

여주와 여주꽃 향기가 신선하고 좋다.  

당뇨에 좋다는 여주는 잘 씻어 채를 썰어 말려서 

차로 복용하기도 한다. 

올해는 민새네 농산물에 여주로 만든 차도 한자리 할 수도 있겠다. ^^

내일은 또 새로운 한달이 시작된다.

땅속 작물들은 막바지 생장에 한창 힘을 쏟아붓기 시작할 것이다.

땅콩도 고구마도 야콘도 생강도 9월 한달 잘 자라주길.

'시골살이 > 농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12 양파파종  (2) 2015.09.15
09.09 가을 농사를 준비하며...  (2) 2015.09.15
09.06 요즘 날씨 참...  (4) 2015.09.06
08.30 밭 그리고 일  (0) 2015.08.30
08.27 무 파종  (2) 2015.08.27
08.22 배추  (2) 2015.08.22
08.19 고개 숙인 그대  (0) 201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