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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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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수고 2011년 8월 3일 맑다 흐리다 소나기 농부는 하늘과 땅을 섬기며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하늘이 하는 일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역할이리라. 새벽에 잠시 비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다행히 아침부터 비는 내리지 않았다. 오늘은 어제 미리 계획해뒀던 고추를 따기로 했다. 초보농부의 실력으로는 고추농사가 참으로 어려운 것을 새삼느낀다. 고추 농사는 초보농부에게만 아니라 베테랑이신 어르신들도, 앞집아지매도 병든 것이 많아서 밭에 가는 재미가 없다고 한숨 쉬실정도로 힘든 작물인 듯 하다. 우리는 집앞밭과 산밭에 나눠 심었는데, 특히 산밭의 고추는 병이 많이 들었다. 탄저병도 있고, 익으면서 물러지는 노균병도 있다. 이른 아침부터 산밭에서 붉은 고추를 따고, 아침을 먹고 집앞밭의 붉은 고추를 땄다. 나중에..
과욕 2011년 8월 2일 화요일 흐림 뭐든 과하면 부족하니 못하다 했다. 봄에 멋지게 만든 지주대 사이로 심어 놓은 수세미. 기침 천식에 좋고, 설겆이할때 사용할 수 있는 천연수세미로도 좋고, 여러가지 쓰임새가 있는 작물이다. 오늘 그 수세미들을 2포기만 남겨놓고 다 베어 버렸다. 과한 욕심으로 작물의 커나가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촘촘하게 심었고, 게다가 오이랑 같이 심다보니, 수세미간에 서로 엉키고, 오이 덩쿨과도 엉켜 끝내는 잘라내기로 한 것이였다. 수세미를 희생하여 오이라도 건져보자! 건져보자!! 올 가을에는 천연수세미를 만들어 많은 분들과 나눔을 할 생각이였는데, 내년으로 그 나눔을 미뤄야할 것 같다. 수세미를 위해 쇠파이프로 지주대도 추가로 세워주기도 했는데, 그자릴 오이가 점령해 버렸다. 몇주..
구멍 뚫린 하늘 2011년 8월 1일 월 하루종일 비, 많은 비 새벽부터 거세게 내리던 비가 하루종일 내렸다. 잠시잠깐 멈추는 듯 했지만, 내릴때는 거침없이 겁나게 내렸다. 지난 주 중부지방에 내렸던 폭우가 남하하는 모양이다. 하루종일 밭에도 가지 못하고, 집마루에 몸을 눕히고, 편안한 낮잠도 청해 보고, 지난 주말 어머니 생신으로 부산 다녀온 여독을 풀어본다. 지난주까지 콩밭의 일부 메밀 심을 곳의 풀매기 일이 마무리 되어, 거름도 내어놓고, 골도 타 두어 오늘부터 메밀을 심을 예정이였었다. 근데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주는 목요일까지 많은 비가 내릴 모양이다. 구멍뚫린 하늘 덕택에 초보농부의 맘은 타 들어간다. 일일이 손과 호미로 뽑은 풀들이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메밀을 심기전에 다시 그 영역을 넓히지 않을지 걱정이 ..
터진 녹두 꼬투리 장모님이 말씀하신대로 녹두가 익으니까 스스로 터졌다. 터진 녹두 알은 어디로 간지 안 보이구... 성질이 급한 놈인지, 터지면서 꼬투리가 빌빌 꼬이기도 한다. 조금씩 수확해야하는 녹두는 매일 산밭에 아침 저녁으로 발걸음 하도록 만든다. 알이 작고, 한참에 수확하지 못해 번거롭지만, 밥에 섞어 먹어보니, 맛이 참 좋다. 자연 해독 효능을 가진 녹두는 계속해서 경작할 품목으로 정할까 싶다.
희비교차 - 녹두와 고추 2011년 07월 18일 월 맑음 대세를 거르는 아주 당차 보이는 고추 하나가 달렸다. 이런 놈들을 보면서 한번씩 웃어본다. 올해 고추는 집앞밭과 산밭에 나눠져 심어져 있다. 며칠전만 해도 집앞밭의 고추가 나무도 작고, 달리는 고추수도 작았다. 그런데 고추의 시듬현상이나 물러지는 정도는 심하지 않았다. 대신에 산밭에 있는 고추는 많이 달리고 실하다고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린 만큼 물러지고, 말라버리는 현상이 많아졌다. 다른 분들의 고추밭을 보면 익어 붉어지는 고추들이 많은데, 우리 밭의 고추를 보니 안타까운 맘이 많이 든다. 옆밭의 아주머니도 약 치시면서 고추는 약 않치고는 안된다면서도 벌써 몇 통째 들어간 약값을 걱정하신다. 녹두는 자연 항생제라고 할 정도로 해독 기능이 강하다고 한다. 첨으로 ..
산타할아버지 이모들 2011년 07월 17일 일 맑고 무더움 작년 겨울 학교 동아리후배가 집에 다녀갔는데, 그 친구가 방문하면서 아이들에게 과자선물세트랑 이것저것 많은 먹을거리를 가져왔었다. 그때가 크리스마스를 한주 정도 앞둔 시기였기에 아이들에겐 산타할아버지 같은 방문이였다. 그래서 내가 산타삼촌이라 불러줬었다. 어제 민경엄마 같은과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었다. 민경이 6살때 대구에 놀러온 이후로 지금 민경이가 12살이니, 6년만에 방문한 것인데, 이번엔 합천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산타삼촌처럼 이모들도 아이들 장난감과 책을 선물로 들고 왔다. 새연이를 생각해서 볼링세트를 사왔다. 다소 새연이가 갖고 놀기에는 여러운 것 같아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연이도 볼링세트보다는 이모들이랑 얘기도 하며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
꽃들 집 안에 있는 꽃밭에 기다리던 목화꽃이 피었다. 하이얀 꽃이 넓은 잎 아래 틈사이로 부끄러운 듯 살짝 보인다. 수세미꽃은 참 넉넉하다 꼭 접시꽃처럼 넉넉한 꽃을 피운다. 오늘 오전 난각칼슘을 뿌려주다가 고개숙인 고추꽃만 보다가 얼굴 든 고추꽃을 보면서 그 동안 고추 열리는 것만 관심이 있었지 꽃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구나 생각했다. 동부도 긴 꼬투리와 함께 보라색 예쁜 꽃이 폈다. 여기저기 많이 핀 도라지꽃 꽃이 피기전 봉우리를 손으로 누르면 펑하고 터지면서 꽃잎이 펴지는 게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마당 한 구석에 작년에 날려간 것인지 틈새에서 율무도 뭔가 피어 볼려나 보다 도시에서 살때는 길거리나 야산이나 공원에서 보이던 들꽃들이 시선이나 발길을 많이 잡았었는데... 시골에서는 내 손에 엄청..
무궁화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무궁화 나무가 있다. 돌담을 뚫고, 길위로 많은 부분이 나와 있어서 불편을 많이 주고 있어 앞집 아주머니도 베어버렸으면 하신다. 특히 봄이 되면서 부터 차가 들어올때마다 거추장스럽기 그지없어 베어버릴까 생각했었다. 근데, 우리나라 꽃이라는 것이 맘에 걸리기도 하구 어느새 지금은 무궁화 꽃이 만발해 졌다. 꽃을 보고 나서 베어낼려니...그렇다. 보기에도 이쁘기도 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