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6월 26일 일 비온 뒤 흐림
태풍 메아리의 북상으로 어제부터 내리던
비는 말그대로 억수같았다.
억수 같은 비에 개방형 비닐하우스의 바닥에
비가 고이기 시작했다.
뒤 늦게 수로를 판다, 물을 퍼낸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옷은 비에 젖고,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한
좌충우돌 초보농부의 모습 그대로였던 것 같다.
어느정도 하우스 물을 정리하고 나서
고구마 순을 잘라 밭 빈 곳을 매우고,
아이들과 산책을 나섰다.
이틀동안 많은 비에 집에만 박혀 있던 아이들과 함께
산밭 부터 올랐다.
밭으로 올라가는 길에 냇물은 큰 물줄기를 이루며
거세게 흘러가고, 돌다리는 흔적도 없이 물에 잠겨 버렸다.
냇물 너머 고추밭엔 어르신이 벌써부터 나오셔서
고추밭을 이리저리 손보시고 있다.
못골아재는 비오기전 뿌린 콩이 싹을 틔웠는지 궁금해서
밭에 나가보신다고 하신다.
다른 분들도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밭으로 논으로
다니신다.
비온 뒤의 농부의 발길은 걱정과 기대를 담고 한발 한발
내딛는다.
감자캔 밭에는 참깨를 뿌리기로 했다.
가을에 마늘을 심으려고 하니, 9월에 수확이 가능한 참깨가 제격이였다.
민경엄마가 음료수 병 두껑을 드릴로 뚫어 참깨씨를 뿌리기 좋게 만들었다.
참깨씨 뿌리는 동안
민경이랑 새연이는 밭 주변의 도구로 흘러내리는
빗물에 발을 담궈가면서 논다.
집앞 밭의 수수와 율무는 장맛비에 쑥쑥 자라는 모습이 뚜렷하다.
작물이 자라는 속도 만큼 풀들의 성장속도도 거침없어 진단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비닐 안쓰고 약도 안친다고 하니,
장마때 풀을 어떻게 잡을려고 그러냐고 걱정하신다.
이제 그런 시기가 온 것이다.
지금까지 매어오던 풀을 좀 더 철저하게 매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지주대를 타고 올라가지 못하는 오이는 바닥에 무성한 풀과 섞여
오이의 넓은 잎도 키 큰 풀들에 가리워지고 있어 지주대를 탈 수 있게
옮겨 주고, 주변의 풀들을 정리해 줬다.
비온 뒤라 풀뿌리까지 뽑기가 수월하지만, 앞으로 무더위와 싸우며
뽑을 풀들이 더 커 보인다.
'시골살이 > 농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나침반 (0) | 2011.07.05 |
---|---|
더위 속 영글어 간다. (0) | 2011.07.03 |
밀타작 (0) | 2011.07.01 |
6월 마지막 갈무리- 감자캐기 (0) | 2011.06.24 |
근 3주만에 콩 심기 끝 (0) | 2011.06.23 |
밀 거두기 (0) | 2011.06.21 |
6월 햇볕에 자라는 작물들 (0) | 2011.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