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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민새네 이야기

뒤를 돌아보며...

밭에서 해야 할 일들이 하나씩 마무리 되어갑니다.

어젠 들깨 털기도 끝을 내었습니다.

사흘정도면 되겠지 했었는데, 나흘이 걸렸네요.


항상 일을 시작할때 언제쯤 일을 끝낼 수 있을지를 예상을 해 봅니다.

늘 저는 조금 짧게, 민새맘은 조금 길게 보는 편입니다.

결과를 보면 대부분 민새맘의 예상이 맞아떨어집니다.

전 의욕만 앞서기 때문인가 봅니다. ^^


제가 귀농하기 전 어떤 농사를 지을까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된 책이 이영문선생의 책들이였지요.

이전 선배농부님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글들을 읽으면서

자연과 벗하며 순환방식의 농사를 짓겠다 어렴풋이 다짐을 했었지요.

또 장영란씨의 '자연달력 제철밥상'이라는 책을 보며

자연의 흐름에 맞는 삶을 꿈꿔보았습니다.


그러다 귀농운동본부를 알게되고,

귀농운동본부의 소농의 삶, 그 철학이 제 맘에 속 들어 왔었습니다.

지구를 지키는 농사, 지속가능한 농사, 호미하나로 짓는 농사,

내가 실천해야할 농사는 이런 것이다.

결론을 내렸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멋진 말들은 구호일뿐 인 것 같더군요.

귀농 전에 살았던 대구에서 귀농학교의 문을 두드려 본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전화상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왜 귀농할려고 하느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얘길 하더군요.

물론 귀농학교 졸업생의 90%이상이 귀농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근거한 이유였는지도 모릅니다.


설령 귀농학교를 졸업해서 귀농을 한 분들도

귀농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그저 과정일뿐

실제로는 그렇게 하면서

농사 지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귀농을 하시는 것 같더군요.

그 이유는 생계의 문제가 가장 큰 일이였을 겁니다.


그때 귀농을 앞둔 저에겐 참으로 막막하고 답답한 상황이였지요.

귀농해서 기계도 쓰지 않고, 자가거름도 만들고, 비닐도 쓰지 않고,

농약도 화학비료도 쓰지 않는 농사를 짓고 싶은데...

이건 정말 현실과 격리된 이상일뿐인가?

불가능한 일을 왜 귀농학교에서는 얘기하고 있지?

과연 나도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물론 생계 고민이 필요없는 분들 즉 투잡스 하시는 분들은

자연재배라는 이름으로, 어렵고 힘든 농사를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업농을 지향했던 저에게는 확신을 주지 못했었습니다. 


그런 고민들이 한참을 머리 속에 맴돌았었는데,

그러던 중 머리속이 환하게 밝아지는 듯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귀농하신 분들 블로그, 카페를 돌아다니다가

진짜 내가 그리던 그런 농부를 알게 되었습니다.

경북 봉화의 춘양면에 살고 계시는 풀천지 라는 분이십니다.


어찌나 반갑고 감사하든지...그 해 여름휴가때 그 곳을 방문해서

하룻밤 신세를 지며 새벽녘까지 들려주시던 귀농노하우를 들으면서

많은 힘을 얻고 왔었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손쟁기도 그 분이 사용하시는 것을 보고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분이 있다는 것은

길 잃은 사람에게 방향을 찾아줄수 있는 나침반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풀천지 형님을 그리 생각하고 있구요.

귀농이후 한번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제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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