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9월 22일 월 맑음
내가 어려서 자랄때만 해도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동무들이랑 어울려 집 뒤
밭에서도 뛰어놀고,
길거리에서 모여 구슬치기, 딱지치기
시마치기, 비석맞추기,연날리기,
팽이치기 등등 놀 것들이 참 많았었다.
그리고 집에서는 과자 비닐포장지로
방석도 만들고,
실타래로 탱크도 만들고,
종이딱지도 만들던
기억도 많다.
그런 어린 시절 추억을 깨워준 책이
하나 있는데, 그게 우리가 알아야할 시리즈 문고,
'우리가 알아야할 우리놀이 백가지'였다.
귀농전부터 이책을 보면서
옛 어린시절 추억도 많이 떠올려보고
귀농하면 이런 것들도 만들어보면서
아이들에게 추억도 만들어줘야지 생각했었다.
그렇게 귀농한 후
첫 가졌던 마음대로 열정으로
노란 고무줄을 사기까진 좋았는데,
게으름 탓인지 열정의 사그러진 탓인지
새총용 나뭇가지 하나 구하지 못해
몇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드디어
새총을 만들었다.
사실은 둘째 아이의 보챔이 없었더라면
또 차일피일 미뤄졌을지도 모른다.
몇주전부터 새 잡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계속 따라 다니면서 하더니
며칠전부터는 퍼질러 울 기세로
새총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들려면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재료가 없어서 만들 수 없지 않느냐
책에 나와있는 재료 중에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우선 가죽도 없고, 노란고무줄도 없고,
나뭇가지도 없고...
이렇게 얘길 했더니 새연이가 불쑥 청바지의
뒤에 붙어 있는 비닐 비슷한 검은 상표딱지를
가리키며 이것을 자르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비닐이라서 찢어질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일단 해 보잔다.
그래서 가죽을 확보했는데,
다음은 나뭇가지.
토요일 내내 새총 만들고 싶다를 다시 노래부르더니
가죽도 구했으니 나뭇가지 구하러 가자고 난리.
그래서 뒷 대나무밭에서 잡목 한그루를 자르니
쓸만한 나뭇가지가 나왔다.
이제 남은 것 노란 고무줄.
이것이 제일 구하기 힘든 놈이였다.
왜냐하면 요즘 이런 고무줄을 쓸 일이 없기때문에
가게에서 쉽게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로 애기 기저귀찰때 많이 썼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 천으로 된 기저귀 쓰는 일도 별로 없고
있다하더라도 기저귀 카바를 사용하니
수요가 없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 산책겸해서 자전거 탈때
면소재지 가게로 가서 물어보자고 제안했다.
만약 팔면 사고, 아니면 장날에 사기로 하고
더이상 칭얼거리지 않기로.
위에서 잠시 언급한대로 역시 가게에서는
수요가 없어서 이제는 갖다 놓지 않는다는
예측했지만 실망스런 대답.
그래도 하루종일 새총 얘긴 꺼내지 않은
새연이가 참 기특했고, 내 마음도 잠시
새총을 잊고 편할 수 있었다.
고무줄은 어쩔 수 없이 장날에서 사기로 하고...
그런데 내가 큰 실수를 해 버렸다.
오늘은 마치 장날이였기에
민경엄마 학교 교육과정설명회
태워보내고 장을 가서 노랑 고무줄을
사오기로 아침 식사할때 얘길했었다.
그런데 내가 그걸 깜빡해버렸던 것이다.
민경엄마가 왜 나에게 돈을 주고 내렸는지
이유를 궁금해 하면서 논 도구쳐야한다는
급한 마음에 삼가장을 나가지 않고
그냥 논으로 향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논 도구를 치고
회관에서 노인회에서 점심제공하는
한끼 밥을 먹고
노인회장님과 좀 긴 시간 얘길 나누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이 거의 3시가 다 되었다.
집에 오니 새연이가 문을 열고 나오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차 문을 열더니 뭔가를 찾는 것이다.
그때 아뿔사 고무줄을 사오지 않았다는
청천벽력처럼 머리가 띵해지는 상황을 파악하고
차 뒤좌석에서 고무줄을 찾다가
장을 다녀오지 않았다는 말에 축 처져
울랑말랑하는 새연이를 보며
얼른 차에 타서 고무줄을 사러 차의 시동을 걸었다.
아직 장이 파장이 되지 않길 바라며...
그렇게 장에 도착하니
하늘이 도우사
고무줄 파시는 할아버지가
짐을 상자에 담고 계셨는데
거의 다 담아가는 상황에
얼른 말씀을 드려서 몇번이나
이상자 저상자 뒤져서야 마침내
고무줄을 구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이 고무줄을 새총 만든다고 많이
찾는단다.
다른 아저씨는 오늘 가져온 고무줄을 다
파셨단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새총을 만들게 되었다.
좋아하는 새연이를 보니 기쁘고,
몇년동안 묵은 숙제처럼 가지고 있던 것을
털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보니 멋지기도 하다. ^^
'시골살이 > 민새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8 가을운동회 (0) | 2014.10.09 |
---|---|
10.04 작은 행복 (0) | 2014.10.06 |
자전거 산책 (0) | 2014.09.29 |
09.20 단성장 (0) | 2014.09.21 |
08.25 텃밭농사 (4) | 2014.08.29 |
08.19 헉! 쉽지 않네 (0) | 2014.08.21 |
08.17 비오는 날의 여유 (2) | 2014.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