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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씁쓸한 반띵.

논에 들어오는 물을 용수, 그 길을 용수로 

논에서 나가는 물을 퇴수, 그 길을 퇴수로라고 합니다.

저희가 농사짓는 논 중 7 마지 논의 퇴수로 쪽이 몇 년 전부터

산의 토사들이 자꾸 내려와  퇴수로에 채이기 시작했습니다. 

 흙이 채이다보니 논에서 흘러나가야 할 물이 퇴수로에 채인 흙 때문에 구멍이 

막히는 일이 자주 생겨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특히 올해 많은 비에 논바닥에 물이 고였던 이유가 알고보니 

퇴수로에 채인 흙으로 인해 퇴수로의 물 수위가 높아져

논 쪽에서 빠져나갈 물구멍이 잠겨버려서 

역류현상이 생겼던 것이었습니다.

삽으로 한번 떠 내 보려 했었는데, 물먹은 흙을 들어내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퇴수로에 산의 토사들이 쌓이게 된 이유는 

몇 년 전 논 위쪽에 새집을 지으면서 기존 물길에 손을 대는 작업을 한 이후부터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새집 주인과 행정에 대책을 요구했었는데, 

행정에서 근본 원인 파악이 잘못된 것이었는지 토사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공사를 했음에도 여전히 토사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새 집주인도 공사를 하기 전부터 토사를 굴삭기를 가지고 와서 긁어내어 주겠다고 해 놓고선

굴삭기를 빌려와야 하는데 빌려오지 못해서 못한다는 말만 반복했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올해 많은 비가 내려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저희가 직접 굴삭기를 불러서 작업을 했습니다. 

작업하면서 새 집주인을 불렀습니다. 

지금 토사 때문에 이렇게 굴삭기 작업을 하고 있다고

왜 토사를 긁어내어준다고 해 놓고선 안 해 주는 거냐고 물으니, 

자기 굴삭기가 없어서 장비만 있으면 해 줬을 텐데 라는 말만 반복하더군요. 

맘만 있으면 저처럼 굴삭기 불러서 하면 되는 것이지 않냐고 했더니 

묵묵 부답이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긁어내고 나서 토사가 차이면 그땐 자기가 긁어내겠다고 하더군요. 

참 뻔뻔하신 분입니다. 

 

그래서 그쪽에서 못하신 것 제가 대신하고 있으니까

굴삭기 임대료는 그쪽에서 책임져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건 절대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한번 더 뻔뻔함을 보여주시더군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했더니 일정정도라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저한테 묻더군요. 

본인이 직접 말씀하시라 했더니 또 묵묵부답.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조금 더 버텨야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불편한 시간이 싫어서 그냥 서로 반반 부담하는 걸로 합의를 봤습니다. 

반반 부담하자고 했더니 알겠다면서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쌩 하니 자리를 떠버리더군요.

안 해도 될 일을 한 것이었지만,

깨끗한 퇴수로를 보니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그렇지만 뒷 수습해야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무거운 장비가 젖은 논에 왔다 갔다 해 버렸기 때문에 

흙이 많이 물러져서,

그리고 긁어낸 흙 속에 섞여 있던 자갈돌들이 논바닥에도 흘러들어와서

앞으로 모내기 준비를 위한

논 바닥 작업할때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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