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골살이/민새네 이야기

어느덧 7개월이 흘러

우연히 집에 키우게 된 닭들이다.

한때는 갓 부화한 병아리들까지 해서 스무마리가 넘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햇수가 벌써 3년째가 되는 올해는

두번이나 어미닭이 달걀을 품어 병아리를 부화 시켰다.

 

첫번째의 부화는 거의 절반의 부화율이였지만 모두 무사히

잘 자라주었다.

그런데, 그 성비가 정반대의 경우였으면 얼마나 좋았었을까...

9 대 1의 암수 비율이였으면 더 바랄 것이 없었을텐데

그만 암닭 1마리에 장닭만 9마리라는 믿기 싫은 결과였다.

암수 구분이 되지 않을때만해도 4:6 정도는 되리라 생각했었는데

점점 암수 구분이 되어가는 시점의 마지막까지

2:8 정도는 생각했었는데 끝내 기대를 저버린 결과.

 

그렇게 몇달이 지나고,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발생했다.

 

장닭들을 볼때마다 울지마라 울지마라 주문 했건만...

새벽에 합창또는 중창의 하모니를 자랑하는 새벽을 알리는 울림에

주변 집들에게 드리는 민폐에 아침 잠은 자연스럽게 미안함으로 설치게 되었다.

그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 4마리의 장닭은 처리를 하고,

남은 6마리의 장닭.

이제 그들도 더 성숙한 장닭의 목소리를 들려주기에

곧 정리대상으로 확정되었다.

 

인간이든 가축이든 수컷으로 산다는 것은

많은 애로점이 있다는 걸 집에서 키우는 가축들을 보며 느낀다. ^^

불쌍한 수컷들...^^ 

 

달걀을 깨고 나온 첫 병아리들이 세상에 나온지 7개월이 넘어섰다.

조기 산란을 유도하지 않는다면

암닭은 210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을 낳는단다.

그 알을 초란이라고 한다.

 

드디어 1대 9의 성비로 외롭게 장닭들 사이에서 자라던

암닭이 초란을 낳았다.

 

얼마나 기특하던지

우리가 부화시킨 병아리가 알을 낳았다는 것이 더 부듯해지는 이유다.

 

까만 털의 암닭은 어미닭이고, 가운데 노란 닭이 이번에 초란을 낳은 닭이다.

오른쪽의 장닭은 아빠닭(?) 이라고 해야하겠지. ㅇ다른 칸에 분리되어 있는 녀석들은 남아 있는 6마리의 장닭들이다. 

그리고 앞족의 두 마리는 두번째 부화되어 남은 1:1 비율의 암수 한쌍.

지난 5월 초경 어미 뱃속에서 들리던 작은 병아리 소리가

눈물 겹도록 감동적이고, 이뼜다.

그 사진을 다시 보니 더 감회가 새롭다.

내년 봄 다시 어미닭을 졸졸 따라다니는 병아리들의

봄 나들이를 기대해 본다.

'시골살이 > 민새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1.05. 새식구  (0) 2016.01.05
12.30 끝자락 그리고 마무리  (0) 2015.12.31
12.28 아름다운 후퇴  (0) 2015.12.28
12.22 너희가 희망이다  (0) 2015.12.23
12.16 찬바람 부는 날  (0) 2015.12.16
12.11 하루  (0) 2015.12.11
10.24 퇴근  (0) 201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