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6일 수 오락가락 눈 해 비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구
맑다던 하늘은 시커먼 눈 구름으로 저 멀리 황매산이 보이질 않는다.
오늘의 주요 과제는 생강 햇볕에 말려 소독하기.
해가 나는 맑은 날이라는 예보에 의해 1순위로 올라온 과제였는데
맑기는 커녕 잔득 찌푸린 것이 괜히 몸이 움츠려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황매산에는 눈이 내린다는 전화도 걸려오고,
우리집 마당에도 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과제 이행한지 채 한시간도 돼지 않았는데 말이다.
다시 생강을 박스에 담고, 창고에라도 널어 놓자 싶어 널고 나니
눈은 더 펑펑 내린다.
오전 햇볕에 말려 포장해야되는데...우짜지 우짜지를 되뇌어 보지만
방법이 없다.
일단 창고에서라도 말려보자하고,
집에 들어가 바이러스 먹은 컴퓨터 손을 보는데
이게 웬걸 거실창 밖 데크 위에는 무 채 썰어 널어 놓은 것이 보이는 게 아닌가?
헉...
이건 우째야 돼노?
일단 더 젖기 전에 걷어와야한다는 생각에
잽사게 걷어 들여 구들방으로 가져다 놓았다.
무를 말리기 위해서는 아궁이에 불을 때야 하는 일이 덩달아 왔다.
그렇게 아궁이에 불까지 때고 나니 후다닥 오전의 반이 흘러갔다.
오후엔 합천읍에 학교급식법개정을 요구하는 가두캠페인이 있어서
나가야 하기에 마음이 바빠진다.
다행이 눈은 멎고 구름 사이로 해가 얼굴을 들어낸다.
창고에 늘어 놓았던 생강을 다시 마당에 널어 놓으니
이번엔 조금 길게 해가 생강을 비춰준다.
PC 두대 중에 한대는 셋팅이 마무리 되었고,
나머지 한대는 시간이 없어 나중으로 미뤘다.
점심을 먹고, 생강을 포장하고, 둘째 새연이를 데리고 와서
합천읍으로 출발했다.
급식도 교육이다. 의무급식 실시하라.
학교급식법 개정하라.
등을 외치러...
합천읍까지 가는 길에 가회부터 삼가면, 쌍백면 까지는
눈이 내리는데, 그 이후 대양면 을 지날때에는
비가 내린다.
우리가 사는 면이 오지이긴 오지인 모양이다.
그러나 가두 캠페인 할때 비보다는 차라리 눈이 나을텐데
합천읍 집결장소에 도착할때 쯤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람도 날카롭게 불고,
좀 일찍 와 달라는 말에 30분이나 당겨왔더니
운동장에 아무도 없다.
벌쭘하고 춥고 다시 차안으로 들어가 시간을 때운다.
생각보다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피켓도 들고, 플랭카드도 들고,
우리아이들 평등밥상과 건강한 밥상을 지켜주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 나오신 분들일 것이다.
미리 정해진 코스대로 캠페인을 시작하는데 낯선 캠페인에 참여해서 그런지
뭔가 어설퍼 보이긴 해도
찬바람 부는 날 손 시려 호호 불고,
옷매무새 한번 더 여미고,
합천읍 큰 거리를 한 바퀴 돌아 구름사이로 내리쬐는
오늘만 특히 더 따뜻한 햇볕아래 모였다.
이 추운 겨울날 아이 가진 학부모들을 거리로 나서게 한
그들은 누구인가,
우리의 마음에 귀 기울여 줄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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