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2시(정오)와 오후 5시가 되면
온 세상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늘 조용했던 시골 마을이 몇 년전부터
시끄러워졌다.
그 시작은 하천공사가 시작되고 나서 부터다.
큰 덤프트럭이 하루에 몇십대씩 돌아다니고,
큰 차에 실린 것을 뿌려놓으면서 내는 굉음과
뿔 한개 달린 괴물(일각수)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굴삭기의 다양한 작업들로 인해서이다.
거기다 요즘은 공사용 돌깨는 기계까지 등장하여
하루 종일 무서운 소음에 시달린다.
이 소음이 멈춰지는 시간이 점심시간인 12시부터 한시간,
퇴근시간인 오후 5시 이후인데,
이 시간이 되면 참으로 평온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전의 그 평화로움이 참 고마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실린 글 중에
한 노스님이 일각수(一角獸) 얘길 하시면서
머지않아 일각수가 나타나 온 세상을 유린할 것이라 하셨단다.
요즘 평화로웠던 시골마을에 찾아온 무서운 소음을 들으며
자꾸만 일각수가 머리에 맴돈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자꾸 늘어간다는 생각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