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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민새네 이야기

03.13 평안한 마음

2014년 03월 13일 목 흐리고 비

 

며칠 잠을 잘 자지 못했다.

피곤이 밀려오는 하루를 보내는데,

어제부터 내린 봄비로 주변은 촉촉히 젖어 있다.

 

창 바깥으로 보이는 평평해진 밭을 보며

민경엄마랑 온기가 남아있는 구들방에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집 마무리 일들.

 

우리 형편에 거금의 돈을 들여 공사를 했지만,

아직도 이것저것 해야할 일들이 많다.

 

그런데 그 해야할 일들이 지금 당장 꼭 해야할 일들일까?

 

지금 하지 않으면 큰차도 들어오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일을 시작하게되면

또 다른 일도 같이 연계해서 쳐 내야하고,

기왕이면 돈 이 더 들더라도 제대로 하는 사람을 찾아야하고,

뭐 이런 저러 이야기를 하다가

문든 떠오른 생각 '이것 우리가 너무 욕심부리는 건 아이가?'

'이건 분명 우리의 욕심이다' 라는 생각으로 귀결되고 나니

 

갑자기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했고,

머리가 시원해 졌다. 

며칠 잠을 설치게 했던

창 밖의 평평해진 밭이 다시 편안하게 눈에 들어왔다.

 

귀농하면서 최대한 기계를 멀리하겠다 생각했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기계는 모든 일을 수월하게 만들고 편리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그속에 우리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노동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린다.

트랙터 한대면 몇 십마지기의 논을

단 하루만에 쟁기질 할 수 있고, 로타리를 칠 수 있다.

그렇게 기계는 우리의 삶과 노동을

획일화 시켜버리고 있는 것이다.

 

집을 짓고 정리하고 하는 일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굴삭기라는 큰 기계가 움직여야 제대로 땅을 다지고,

큰 돌을 옮겨와 석축도 쌓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서 나 자신이 참 무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들여 장비를 사용하게 되면서

더 무기력해지는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그런 마음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내 마음 속에 좀 더 나은 것,

좀 더 편한 것으로 표현되는  

'욕심' 이라는 단어를 맘 속에서 씻어 내니

 

참으로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고, 기쁘게 일 할 수 있게 된다.

 

작은 것에도 만족하며,

느리게 살자고 했던 귀농 초기의 초심(初心)

멀리두지 말고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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