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골살이/농사이야기

06.07 생애 첫 모내기

2013년 06월 07일 금 맑음

 

계속되는 무더위에

비가 내려 촉촉했던 땅은

어느색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오늘은 유난히 더웠다.

 

낯선 기계와 씨름하면서

땀방울 많이도 흘렸다. ^^;;

 

올해는 논농사를 시작한다고

맘 먹고 나서 많은 시간동안

마음 속으로 많이도 걱정을 했었다.

 

그렇게 계속 걱정 하면서도

볍씨 침종하고, 모판 작업하고,

육묘하는 과정까지

주변분들을 많이 귀찮게 하면서 준비하여

드디어 오늘 모내기까지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처음 못자리의 모판 위에 덮어뒀던

부직포를 벗기고 나서 모가 작고,

동네 형님 말씀으로는 잡풀,

학교 선배님은 키다리병,

동네 아지매는 빨간나락 만드는

놈이 모판에 많다고 하셔서

잠시 실망도 했었지만,

 

모내기 직전에는 다들 모가 좋다고 하신다.

주변의 모들을 둘러봐도

정말 튼실하고 초록이 진한 것이

잘 모르는 우리가 봐도 좋아보인다.

 

처음 모가 부실해 보이는 것이

거름부족이라는 말에

흙살림에서 구입한 액비도 주고,

오줌도 뿌려주었고,

물도 최대한 많이 주었더니

튼실한 모가 되었다.

지난 월요일 물로타리를 마지막으로 쳐 주고

물을 받아 두었다가 오늘 일찍

논에 물을 빼주었다.

아래 논에서 모내기 할때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한 것이다.

모판도 논두렁위로 가지런히 올려 놓고,

친환경이라는 말에 자꾸만

마음이 흔들린다.

벼바구미 방제를 위해서 뿌려야 하는 것이라는데,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원칙이

논농사를 시작하면서 자꾸만 흔들린다.

 

어제 밤에 바구미에 대해서 검색해 보니

바구미는 일찍 심은 모에서 발생을 잘 하는데

6/10 전후에 심으면 좋다고 하고,

부실한 모에서 발생이 잘 되는 것이라고 하며,

물이 많이 끼는 논에서 잘 발생한단다.

 

그래서 위안이 조금 되었다.

모가 많이 튼실해 졌고,

모를 심는 시기도 너무 이르지 않기에...

 

그래도 계속 고민이 되었다.

잠시 후 모를 심어야 하는데,

친환경 농자재라는 말에

심기전에 뿌려줘야하기 때문에

고민고민했다.

 

그러다가 결국 혼자 맘 속에서 타협한다.

실험적으로 한봉지만 뿌려보자.

논에 물이 잘 끼는 부분에 들어가는

모판에만 뿌려보기로 하였다.

사진 가운데 물만 채워져 있는 논이

우리 논이다.

다들 모를 심어 놓았는데 우리 논만

비어있는데 오늘 모로 채워질 것이다.

대병에 사는 선배님이 며칠전 모내기할때 

도와주신다고 연락을 하셨다. 

안그래도 모내기를 어떻게 할지 걱정이였는데

선배님이 먼저 연락을 주신 것이였다.

보행이앙기를 차에서 내리시더니

바로 이앙기 사용법을 가르쳐주셨다.

몇번 길 위에서 작동법을 익히고,

막걸리 한잔 하고,

선배님이 먼저 모판에서 모를 떼어내어

이앙기에 탑재를 하고 시범을 보이신다.

어느정도 시범을 보이시더니 해보라고 하셨다.

생각보다 조정이 어려웠다.

이리저리 이앙기가 움직이다보니,

다 심은 논에 큰 구렁이가 기어가는 듯하다.

빠진 곳도 많아 빈 곳을 채워 넣어야

하는 일이 며칠은 될 것 같다.

그래도 첫해 논농사부터 조금씩은

주변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소중한 경험을 해 가면서 모내기까지

하게 되어서 참 뿌듯하다.

 

나서 첨으로 해보는 첫 모내기.

삐뚤삐뚤, 여기저기 빈 논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내년에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논농사하면서 배운

'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것을 머리속에 되새기며

오늘 모내기를 정리해 본다.

 

'시골살이 > 농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6.19 한고개 넘고 또 넘어  (0) 2013.06.21
06.18 비 마중  (0) 2013.06.20
06.08 바쁜 일상  (0) 2013.06.09
06.03 막바지 모내기 준비  (0) 2013.06.03
05.31 마지막 날  (0) 2013.06.01
05.26 첫술에 배 부르랴~  (0) 2013.06.01
05.23 설레이는 마음으로  (0) 2013.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