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큰아이 민경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고3이라하면 다들 힘들겠다는 얘길 먼저 꺼낸다.
그런데 큰아이는 흔히 말하는 그런 고3은 아니다.
획일적인 대학진학을 위한 고등학교 공부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삶의 고민을 해보고자 선택한 공립 대안고등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한학기 동안 실행한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 수업의
활동내용을 학부모, 학생, 교사에게 발표하는 날이였다.
매년 매학기 1번씩 해서 오늘이 5번째이자 마지막 LTI 발표시간.( 3학년 2학기엔 졸업논문 발표)
매년 빠짐없이 LTI 발표를 다녀왔는데, 하절기에는 민새맘이랑 함께 참석 해 왔고,
오늘도 함께 참석했다.
발표 제목 '검은 별' 이라 했다.
3학년 1학기는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의욕을 잃어버려
빛나는 별이 아니라 검은 별이라고 했다는 말에 가슴에 울림이 왔다.
발표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발표 막바지에 울음을 터뜨린 큰 아이 민경이...
인간관계에서 너무나 힘들었고, 누구하고도 같이하기 싫었고,
학교도 싫었다고...
그래도 누군가가 손을 잡아 주길 바랬다며 눈물을 흘렸다.
요즘 큰아이를 통해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마음 공부도 하면서...
회사생활을 정리하며 시골로 내려오겠다는 결정 하고,
시골로 내려올때 민경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였다.
막연히 조금이라도 더 어릴때 내려가자는 생각만 했었다.
큰아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할런지,
학교의 분위기와 아이들은 어떤지 세세한 부분을 챙겨보지 못했었다.
내가 시골생활에 잘 적응할지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농사에 대한 생각만 집중했었다.
그 사이 큰 아이는 혼자서 힘들게 새로운 학교에 적응을 하고 있었다.
학년별로 한 반 밖에 없고 학년별로 동급생이 채 10명도 되지 않는 시골학교의 특성으로
기존 학생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엄청 힘든 부분이였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전학온 초등학교 4학년2학기부터 중학교 3년동안 혼자서 힘들었을 큰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가장 즐겁고 행복했었어야 할 어린 유년의 시절이 잊고 싶은 시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슬픈 기억들을 지금의 고등학교 3년의 기억이 대신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처음 블로그를 만들어면서 프로필에 '행복해지기 위해 시골을 선택한 이기적인 아빠'라고 했었다.
정말 가족들에게 미안하게도 이기적인 아빠였다.
앞으로 달라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오늘 유난히 이뻐 보인 큰 아이 민경이의 건강한 앞날을 위해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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