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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08.13 또 하루는 가고

2015년 08월 13일 목 맑음

 

말복이 지났다.

밤새 구들방의 바닥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냉기가

이제 계절이 변해감을 느끼게 한다.

 

어느정도 바쁜 일이 정리되어가는 것 같다.

아침에 조금씩 잠이 깰때 조금이라도 더 누워있을려고 몸부림친다. 

 

오늘은 무슨 일을 할까?

요 며칠째 주변에서 가을 밭 준비- 배추 및 무 밭 만들기- 하신다는

분들이 많다보니 나도 자꾸 마음이 바빠진다.

 

그러나 마음은 바쁜데 가을 밭 만들 형편이 못되는 상황이다.

지금 모든 밭에 작물들이 들어가 있어서 배추랑 무 심을 밭을 만들 공간이 없다.

우째 이리 밭 설계를 해 놓았을꼬 싶다.

사실 가을밭 중에 양파모종밭은 벌써부터 거름 넣고, 소독용으로 모종할 밭에 비닐까지

씌워 놓아야 함에도 빈 땅이 없어 애만 태운다.

 

오늘 옆 밭의 양목아재는 고구마를 벌써 캐셨다.

근데 일부만 캐셨다. 그 이유는 배추랑 무 심을 밭을 만들려고 그러신단다.

 

나도 어제부터 녹두밭을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자리에 배추도 무도 양파 모종밭도 조금씩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근데 아직은 미적미적하고 있다.

녹두 꼬투리를 보니 아깝기도 하고,

3가지 작물을 우찌 심어야 잘 심었다 할지 고민되기도 하고...

어쨋든 조만간 결정을 내야 할 게다.

 

오늘 첫일은 늘 하듯이

꼬꼬댁들 물이랑 밥 챙기고,

진이(멍멍이) 사료와 물 챙기고,

그 다음 뭘 할까 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

'어제 비도 오고 했으니 해뜨기전 고추에 난각캴슘이나 주자'-

이였으나 잠시 딴 일 하느라 깜빡해버리고,

밭 둘러 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밭엔 땅콩, 들깨, 야콘, 여주, 옥수수, 참깨, 율무, 수수, 고구마, 생강 등이 심어져 있다.

우선 들깨 죽은 곳에 들깨 모종부터 옮기고,

여주가 얼마나 달렸는지도 세어보고, 볼때마다 갯수가 다르다. ^^;;

옥수수도 다 익어가고, 늦게 심은 팝콘 옥수수는 뿌리를 잘 내려 어제부터 내린 비에

쑥 키를 키우고 있다.

 

쭉 둘러보니, 고구마밭의 풀이 신경이 쓰이고, 귀퉁이에 있는 검은땅콩밭도 풀이 신경이

쓰여 일의 순서를 정하고 고구마 밭으로 들어갔다.

고구마줄기를 걷어 올리면서 주변의 풀들을 뽑아나갔다.

풀을 뽑으며, 고구마는 그늘을 좋아한다는데, 줄기를 뽑아 올려야 하나?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지만 줄기를 걷어올리는 것은 계속했다.

문득 고구마 줄기들이 뻗어나가며 땅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계속 줄기의 성장만 빨라지게

되므로 땅속 뿌리열매는 잘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 열심히 줄기를 걷어 올려줬다.

 

갑자기 발생한 밭두렁 포함된 도랑공사로 인해

밭일은 중단되고, 또 고민거리가 돌출되었다.

어떤 공사든 당사자의 의견은 무시된 채

모든 일이 설계되어 진행되기에

도랑 정비를 위해 농사짓는 밭주인의 입장은 어디에도 없는 듯 하다.

설계도면이라도 제대로 보지 못한 듯한 굴삭기기사가 두렁의 흙을 마구잡이로

퍼내고 어디론가 싣고 버리고 와서 계속 같은 작업.

또 새로 만들게 될 도랑의 높이가 밭보다 훨씬 높은 길 높이와 동일하게 맞춘단다.

그러면 밭엔 또 그늘이 지는 피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길게 보면 두렁을 높혀 복토를 준비할 수 있겠지만

그날이 언제가 될지도 모르고, 밭의 그늘을 감수해야하는 건지 고민이 시작된다.

 

부실하게만 보이던 깨도 이제 제법 키를 키웠고,

곧 수확도 해야할 것 같다.

율무도 이삭을 달기 시작했고,

작년보다는 조금 키가 작은 것이 잘 되었다.

논의 나락도 자꾸만 영글어가고...

 

수수도 이제 알곡을 키울모양이다.

생강밭엔 듬성듬성 빈 곳이 많다.

그 사이사이에 자주감자도 씨감자용으로 심고 했지만, 그래도 빈 곳이 많다.

우리의 궁사. 둘째 새연이는

낡은 대나무 활과 급조해서 만들어준 화살과

화살통에도 대단히 흡족해하며 포즈까지 취해준다.

작은 것에도 크게 만족할 줄 아는 녀석을

따라 배워야 할텐데... ^^

 

이렇게 고민도 되고, 기쁨도 있는 하루가 그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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