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8월 31일 금 맑음
오랜만에 눈부신 하늘이였다.
그리고 어느덧 8월의 마지막날이다.
8월은 긴 폭염의 날들과 지겹도록 내린 비들...
극과 극의 날들이였다.
8월에 접어들며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배추와 무우 심기였다.
8월에 얼마만큼 잘 뿌리내리게 해서 크고,
튼실한 무우와 배추를 수확할 것인가에 촛점을
맞추다보니 마음만 조급해 졌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해보다 일찍 시작한 배추키우기는
변함없이 벌레가 극성스럽게 달려들었고,
폭우와 태풍으로 인해 그 생장이 더뎌졌다.
매년 해보는 것이지만, 아직은 쉽지가 않다.
모종키우기가 실패하면 누구의 손으로 어떻게
자란 것인지 알 수 없는 모종을 사서 옮겨 심어야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내 손으로 키워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진다.
그나마 키우던 모종 중 몇 뿌리는 옮겨 심을 수 있을 것 같아
위안이라도 삼아야겠다.
그리고 담 장날에 모종을 사와서 심기로 했다.
태풍피해로 인해 낙과한 사과의 반값 사과가 대박났다는 뉴스를 봤다.
같이 농사 짓는 사람으로서 아주 잘된 일인 것 같다.
낙과되지 않았다면 더 좋은 가격으로 시중에 내 놓을 수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기에 폐기했었을수도 있을 사과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리라.
사과농장주분에 비교도 안되겠지만 우리 밭에도 조금 피해는 생겼다.
양파망을 씌워졌던 키큰수수가 많이 꺽여버렸고,
땅에 닿인 것들 중엔 싹이 나기 시작한 것도 있었다.
꺽이고 싹이 난 것들을 잘라내고
쓰러진 것들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작년 일지를 보니 9월초부터 익은 것을 베기 시작했었다.
조금만 잘 견뎌줬었으면 좋았었을텐데,,,
그래도 아직 잘 익어가는 놈들이 많아서 다행이다.
특히 풍성하게 알을 키우고 있는 단수수는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심은 수에 비해 수확은 작지만 수세미도 거둬들이고,
늙은 오이도 따서 담은 바케스가 묵직하다.
항상 새로운 달이 오기전 꼭 펼쳐보는 책 한권있다.
귀농전부터 즐겨보고, 귀농후에도 항상
새로운 한달이 시작되기전 읽어보는 책이다.
'자연달력 제철밥상'이라는 장영란씨의 책이다.
한달이 마무리될 쯤에 이책을 펼쳐놓고,
지난 한달을 정리해보기도 하고,
새로운 한달동안 해야할 일들을 챙겨본다.
또 처음 귀농할때 가진 맘 중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아직은...
저녁쯤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귀농 첫해 보고나서 보지 못했던 반딧불이다.
맑은 물에 사는 고디를 먹고 살기때문에 주변의 환경이
깨끗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녀석이다.
작년에 보이지 않아서 못내 아쉬웠었는데,
올해 그 모습을 다시 보여준 것이다.
며칠전 밤 늦은 시간에 심상치 않게 요란하게 짖던 풍이때문에
잠을 깨고 나가봤더니 반딧불이 애벌레를 보고 요란하게 짖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풍이에게 당연히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곧 반딧불이를 볼 수 있겠구나 하고 기대를 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찾아와 준 것이다.
10월까지는 밤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많이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9월이 오면,
하나씩 거둬들이고,
타작하고, 갈무리할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봄부터 정성껏 농사지어온 농부들에겐
가장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시골살이 > 농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9.4 가을농사 (2) | 2012.09.04 |
---|---|
9.3 마음 다스리기 (0) | 2012.09.03 |
9.2 가을 햇살아래 (0) | 2012.09.03 |
8.29 태풍 지나간 뒤 (0) | 2012.08.29 |
8.27 걱정 (0) | 2012.08.27 |
8.26 내 삶의 긍정 (2) | 2012.08.27 |
비 갠날 (0) | 2012.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