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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9.7 반복되는 일상 속 결실

2012년 09월 07일 금 맑음

 

시골생활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보낸 것 같다.

 

특히 일을 할때는 그때 해야할 일들은

미루지 말고 해야한다.

 

한번 미루게되면 일이 쌓이게되거나

일처리 기간이 한도 없이 늘어나게되거나

앞에 해 놓은 일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는 경우도 있다.

 

베어놓은 풀도 그때그때 거름더미에 넣지

않으면 그냥 햇빛에 녹아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 되고,

수수를 베고나서 남은 수수대나

마늘대 등도 나올때마다 썰어놓지 않으면

이리저리 발에 채이고 좁은 작업공간을 차지해

일을 더디게 만들기도 한다.

 

곧 있으면 수확과 갈무리로 바빠지겠지만,

요즘은 조금 여유가 있는 시기이다.

그래서 하루 내내 바쁘게 움지이기보다는

이것저것 조금씩 일들을 나눠서 하게되는 

매일 매일 반복적인 작업들이 많다.

 

아침에 배추밭에 둘러보며 벌레도 잡고,

여기저기 밭들을 둘러보며 풀도 매고,

오후에는 마늘 분류작업을 며칠째 계속하고 있다.

판매용마늘은 마늘대로 분류하고,

종자용마늘은 크기대로 정리하고,

주아도 정리하는 일들을 조금씩 하다보니

이제 거의 마무리 되어 간다. 

해질녁에는 수수 익은 것 베고...

 

평생을 생태농업과 진솔한 농부로 사신 분의

말씀이 자기의 노동력의 80%만 사용해서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라고 하셨단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급과 자족만을 위한 것이라면 이것이 가능하겠지만,

먹고 살기위해서는 힘들것이 아닌가 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평생을 농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를 아끼는 자세, 즉 80%의 노동력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일을 함에 있어서,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의 마음다짐과

일의 내용과 방식을 잘 만들어가면서 농사를

지을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초보농부가 벌써부터 게으름피울려는 것 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오래도록 길게 가기위해서 많이 고민해

봐야할 것 같다.

 

얼마전에 팔린 문중땅이다.

몇주전 이땅에 내년에 무얼 심을지

고민도 하고 계획도 세워봤었는데...

내년엔 집이 지어질지도 모르겠다.

들깨는 꽃들이 여기저기 피고,

벌과 나비들이 한창 바쁘다.

힘들게 뿌리내린 야콘이다.

서리내리기전에 얼만큼 알을 키울지 궁금하다.

무성한 땅콩밭엔 풀도 많다.

동물들이 파헤친 것 처럼 사이사이 넘어진

순들이 많다.

많은 비에 땅위로 나온 땅콩은

뭔가가 가차없이 까먹었다.

한창 밤수매가 진행되는 것 같다.

우린 수확한 밤나무가 없지만

주변 밭의 입벌린 밤송이의 모습이 탐스럽다.

 

고구마순은 잘 뻗어나간다.

이 순들이 땅에 퍼져나가면

원 고구마뿌리는 부실해진다.

그래서 골사이사이에 뻗어나가는 순을

걷어준다.

첫농사때에는 왜 고구마순을 걷어내줘야하는지

몰라 이 작업이 참 많이 힘들었었는데,

그 이유를 알게되니 고구마밭을 볼때마다 걷어올리는

일이 자연스럽다.

콩들도 꼬투리가 볼록볼록해 지기 시작했다.

 

팥도 노오란 꽃과 조금씩 모습을 갖추는 꼬투리도 보인다.

그동안 모아뒀던 깻묵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깻묵과 미강을 섞어 깻묵퇴비를 만들어봤다.

50~60일정도면 충분히 삭혀져 배추 웃거름용으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수수밭에 붉게 익어가는 수수를 조금씩 베어 말리고,

지난 8월에 딴 팝콘옥수수도 마당에 널어 말리고,

일반 옥수수도 겨울 간식거리로

물 끓여 먹는 용으로 말린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이렇게 미리 정리해둬야할 것들은

정리해 들어간다.

 

한겨울 김장꺼리로 활용할 쪽파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결실과 새싹이 교차하는 가을은 즐거움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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