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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노동의 즐거움

2012년 03월 08일 목 맑음

 

결혼한지 어느덧 만 12년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껏 결혼기념일 한번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는 듯 하다. ^^

 

어떤 날을 잘 챙기지 않는 나랑 옆지기의

공통점이기도 해서 그런 듯 하다.

 

정작 결혼기념일을 알게되는 것도

타의에 의해서다.

카드사 아주머니의 전화로 선물 이벤트

해보라고 할때 아 그날이 되었구나 느낀다.

 

혼자 착각인지 몰라도 어제 컴퓨터를 하다가

내가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이네" 라고 하니

옆지기가

"그렇네 ㅎㅎ" 한다. 그것이 끝이다.

 

신혼 초에 신혼이 몇개월 안간다는 주위사람들의

얘기 들으면서

우찌하면 긴 신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내 손에서 방 걸레를 놓게되는 날이 신혼 끝'이라고...

아직 방걸레를 매일 잡고 있으니, 그 생각대로라면

우린 아직 신혼이다. ^^

 

항상 특별하지는 않지만,

하루 하루 서로에게 의지하며

같이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오래오래 했으면 한다.

 

한창 유치원 적응 중인 새연이가

오늘도 몸이 좋지 않아 유치원에 결석을 했다.

하루를 어떻게 같이 보낼지 고민하다.

어제 밭에서 만난 겨울잠 자던 청개구리 얘길했더니,

밭에 가자고 한다.

 

밭에 가기전에 문득 퇴비간에서 만들어질 자가퇴비가 

올해는 좀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일전에 가져왔던 한약찌꺼기와 나무껍데기를

넣어주었다.

재료를 섞어주는 사이 새연이는 빨리 밭에가자고 보채다

엄마랑 자전거 타고 가버리고,

난 마저 작업 마치고 뒤를 따랐다.

지난 겨울부터 날라다 놓은 나무들의 껍질을

벗겼더니, 좋은 거름재료가 될 것 같다.

한약 찌꺼기 두 무더기를 넣고,

그 위에 나무껍질을 덮어주었다.

나무밭에서 내려다 보이는 논에도

이제 푸른 빛이 돌고,

저 멀리 비닐로 덮힌 두 논 사이의

기다란 우리 논은 꿋꿋하게 자리잡고 있다.

올해는 논농사를 직접 지어 볼까 말까 계속 고민이 된다.

올해는 감자를 작년보다 더 늘려 심어볼 예정이다.

그 만큼 거름도 많이 들어갈 것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자가로 만든 거름이

모두 감자 밭에 들어갈 것이다.

오늘도 지난 여름에 만들어뒀던 거름으로

본밭에 다 뿌렸다.

2월에 추가로 만들어 놓은 거름은 조만간 감자 심기전에

한번 더 뿌려줄려고 한다.

작년까지 척박했던 땅이였기에 신경이 더 많이 쓰인다.

오늘 노동의 하이라이트는

우리 밭의 밭 한 귀퉁이의 묵은 땅을 뒤집는 것이였다.

작년에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미쳐 개간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올해는 기필코 잘 정리해서 350여평의 땅을 다 사용해 볼 생각이다.

수정이가 작년에 다 개간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었나 보다.

오래전부터 땅을 한번 뒤집어야지 하면서 노래를 부르더니,

어제부터 열심히 뒤집기를 하고 있다.

아 물론 나도 어제부터 같이 하고 있다.

무리하지 않고,

이런저런 얘길도 하고,

쉬엄쉬엄 했지만,

그렇게 넓어보이던 땅도

이제 그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일 오전 중에는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감자심을 밭에 거름 내고,

땅 뒤집고,

마지막으로 향이 좋은 봄나물

냉이 캐는 작업에 돌입한 수정이.

몰래 멀리서 찍어 본 사진이 뭔가 있어보인다.

봄처녀~ 라고 부르니, 봄처녀 아인디 라고 한다.

그냥 처녀라고 하면 좋아하면 좋을낀데...ㅎㅎ

 

 

오랜만에 오전부터 오후까지

소풍나온 것처럼 얘기도 하고,

간식도 먹고, 땀도 흘려 본 것 같다.

이런 즐거움이 올해 내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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