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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뿌리내리기

버스타기

2011년 12월 02일 금 맑음

 

차 없이 지낸지 어느덧 한달이 넘어가고, 아직 잘 버티고 있다.

벌써 버스로 부산도 다녀오고, 문대정미소도 다녀오고,

손수레로 이리저리 짐도 실어나르고 한다.

 

오늘은 예정된 일이 취소되어 미숫가루를 만들어볼까해서

버스로 삼가장에도 도전해 봤다.

우리가 직접 수확한 잡곡(검은콩, 노란콩, 율무)들이랑 생협에서

구매한 찹쌀현미로 첫 가공품 미숫가루를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가까운 단계로 갈려다 수공비가 쬐금 싸다고 해서 삼가로 정했다.

 

삼가장날만 마을앞까지 들어오는 거창버스.

아침 9시 30분 차인데, 동네어르신과 아지매들이

벌써 차를 기다리고 계시고, 오늘따라 장에 나가시는 분들이 많으시다.

시간이 다 되어 도착한 버스는 이미 여러마을을 거쳐 오다보니,

만원 버스가 되었다.

게다가 어르신들로 만원버스가 되다보니, 서 계시는분들도 다 연로하신 분들이시다.

삼가장까지 가면서 동네어르신은 친구분들도 만나시고,

예전 단계장도 쌀을 실어나를때는 참 컸었다고 하시면서 옛날을

회상하시기도 하시고,

입담 좋은 이장님 사모님의 재미있는 얘기들 속에

차안은 흥겨워지고, 무슨일로 나서셨는지 몰라도

얼굴엔 즐거운 표정들이셨다.

 

미숫가루 내는 일이 생각보다 많이 걸려 마을앞 까지 가는 버스를

놓쳐 면 소재지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장을 다 보시고 손에 까만 봉지 한 두개 챙겨가시는 아지매들과

약주 한잔씩 걸치고 가시는 어르신들로 버스는 가득찼는데,

문득 어르신들 사이로 젊은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는 것이

웬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기분이 참 묘했다.

이 어르신들이 안계시게 되면 

이 버스가 더 이상을 우릴 태우게 될지.

 

면소재지에서 집까지 2키로 가까이의 거리.

모처럼 맑은 햇살에 씩씩한 새연이는 웃고 달리기도 하며 집까지 잘 걸어와 주었다.

조만간에 차가 나오면 문득 이 버스를 다시 탈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새연이에게 장날 버스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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