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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뿌리내리기

어느 따스한 날

2012년 01년 29일 일 맑음...따스한 날

 

무섭게 춥던 날씨가 조금씩 풀리더니,

언제 녹을까 걱정했던 집안 수도도 다 해동이 되었다.

보일러 순환펌프도 웃마을 김사장님께서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중고를 우리집에 있는 헌것과 바꿔주셨다.

아직은 항상 주변분들께 신세를 지며 살아간다.

 

며칠전부터 풀리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꼭 봄 같다.

이런 따스한 날,

토끼 라온이랑 새연이가 함께

마당에서 놀면 좋을 것 같아

새연이를 불러내어 라온이를 풀어주게 했다.

라온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 나와

양배추 밭으로 시금치 밭으로 딸기밭으로 뛰어다니고,

새연이는 시금치랑, 딸기를 지키느라 바쁘게 라온이의 뒤를 쫓아 다닌다.

유독 라온이는 시금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대신 양배추라도 열심히 먹는다.

작고 귀여운 라온이를 따라다니던 새연이는

라온이가 자기를 피하지 않는 것 같다며 좋아한다.

 

 

마당에 쌓여있는 하얀 봉지들.

작년 봄인가 거름 만들때 넣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부산갈때마다 챙겨 놓으시는 한약찌꺼기이다.

연로하신 나이에 한의원을 다니시면서

얻어 놓으신 것이였다.

무겁기도 무겁고, 옮기기도 불편한 놈들을

아파트 마당 한켠에 많이도 모아 두셨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처럼

자식을 위한 그 넓고 끝없는 사랑은

그 깊이와 넓이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자식인 모양이다.

문득, 며칠동안 쌓여있던 한약찌꺼기를 퇴비간에 풀어놓으면서

드는 생각이 항상 감사히 쓰면서도 그 감사함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조금씩이라도 표현하면서 보답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벌목 해 놓은 나무들 중에

서까래 용으로 쓸까해서 마당에 옮겨 놓았었다.

하나는 작년에 껍질을 벗겨두었고,

오늘은 다른 하나의 껍질을 벗겼다.

언제 어디에다 우리 집을 지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사용하게될 나무를 조금씩 준비한다고 생각하니

흥이 절로 난다.

 

산 밭에 뿌려 놓은 밀은

아직 땅을 기고 있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갈 즈음엔

젤 먼저 초록의 푸르름을 보여 줄 것이다.

작년 많이도 오르락 내리락 하면 긁어 모았던

깔비를 덮어준 놈들은 아닌 놈들보다 좀 더 성장한 것 같다.

한지형 마늘이라 일부는 보온용 깔비를 덮지 않았는데,

덮은 놈들보다는 조금 못해 보여도 추위에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따스한 날 출발은 산뜻했는데,

나중엔 아이엄마와 핀트가 잘 맞지 않더니,

그간 쌓여있던 것땜시 아이들에게 크게 야단을 쳐버렸다.

 

내일부터 추워진다는데,

추워지면 다시 똘똘 뭉쳐지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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