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8월 13일 토 오락가락 비
작년 합천 가회면 함방리에 빈집을 구하고,
왔다갔다했던 딱 이맘때 였던 것 같다.
8월 15일 광복절날에 면민체육대회를 하고,
전날엔 전야제로 노래자랑을 한다는 것이였는데,
그때는 아직 면민이 되지 않은 상황이였고,
면민이 되더라도 이 행사엔 지금까지 살아오며
늘 그랬듯이 박수부대나 먼 발치의 구경꾼이 될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얼떨결에 내가 함방리 대표가수로 나가게 되었다.
오늘은 가수 데뷔 얘길 해 볼까 한다.
지금까지와 다른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뭐 자신감이라고 할 건 없고,
생각보다 많았던 이곳 젊은분들과의 모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자주 부르게 되면서 내 스스로 자존감을 찾은 것 같았고,
(학교다닐때는 노래가 참 힘든 일이였었기에...)
또한 각 마을별로 남녀 한명씩 2명이 노래자랑에 나가야 하는데
잠시 회관앞 팔각정으로 나오라는 전화에 아무생각없이 갔다가
마을에서 나갈 사람 없으니, 자네가 나가 보게나 라고 하신 이장님의
말씀에 선뜻 거절하지 못하고 어정대는데,
자네아님 아이 엄마를 보내면 좋겠다는 말씀에 그만,
자신있게 내가 나가겠다고 말을 던져버리고 말았다. ^^;;;
순진하기 그지없는 민새네는 7시부터 시작한다는 말에
대강 집 정리만 마치고, 행사장(가회중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한켠에는 먹을거리가 제공이 되었고, 무대는 행사 준비에 한창이였다.
청년회분들이 음식도 나르고, 행사진행도 돕고 하는데,
젊은 나는 하는 일없이 주변을 돌아다닐려고 눈치가 많이 보였지만,
오늘의 가수데뷔를 위해 빈 식탁으로 민경엄마와 같이 들어가서
맥주를 몇잔 마셨다.
일단 맨 정신으로는 무대에 서기 힘들다는 생각에...
30분후 쯤 개회식은 시작되었고,
내빈인사 및 축사등의 1부행사가 끝나고,
2부 노래자랑이 시작되었다.
예상보다 많은 면민들과 몇몇 아는 분들의 모습,
민경이 학교 선후배들...
부담이 팍팍 실려왔다.
노래는 트로트를 생각하다가 그냥 내 노래를 부르자는 맘으로
이문세의 '조조할인'으로 신청하였다.
그런데, 어찌나 노래자랑 중간중간 소개할 내빈도 많고,
추첨할 경품도 많고, 초대가수도 많던지,,,
밤 10시가 넘어가도록 내 이름은 불리지 않는다.
큰애 민경이는 학교 언니야들이랑 논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신나했지만,
둘째 새연이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힘들어하더니 급기야 엄마품에 안겨 잠이
들어버렸다. 시간은 밤 11시가 다 되었다.
어쩔수없이 새연이랑 민경엄마는 다른분께 부탁해서 집으로 보내자 마자
무대 위로 올라갔다.
'노래할때 첫 음을 잘 잡아라' 민경이엄마의 말을 기억하면서
노래를 시작했다.
잘 흘러가다가 박자가 틀려지기 시작했고,
1절 끝나는 부분에서는 목이 아플정도의 고음이 되어 버렸다.
아뿔사 '첫 음을 너무 높게 잡았구나'
어쩔 수 없이 오늘의 컨셉은 저음불가.
오랜시간 기다리면서 먹은 맥주가 과했던 모양이다.
근데, 하필 이 노래는 2절까지 간주 나오면서 반주가 나온다.
다른 분들은 1절하고 바로 끊어졌는데...
또 한번 저음불가로 노래는 계속되고, 마지막 부분에 다시
고음으로 마무리하고, 급히 무대를 내려왔다.
민경이는 '쪽팔려!!!', 갑장친구는 '너무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민경엄마는 차안에서
첫음을 듣고서는 걱정했단다. ㅠㅠ~
당연히 없을 입상자 명단을 끝까지 듣고,
긴 가수데뷔무대도 마을 아지매들을 차에 모시고,
돌아오면서 끝이 났다.
앞으로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닐지, 당분간은
두문불출하여야 할 것 같다.
이번주는 주중이후부터 계속 힘든 하루다.
그나마 경품추첨에 '블루베리즙'이 당첨이 되어서
위안이라도 삼아야 겠다.
....자전거였으면 더 좋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