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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03.17 논 갈기

2016년 03월 17일 목 맑음

 

내일 새벽 비온다는 소식에

이른 아침부터 밭 부산물(수수대, 율무대, 마른 풀)등을

태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까지로 태워야할 것들은

다 정리된 셈이다.

 

한창 태우고 있는데,

윗동네 아지매 우리밭을 지나

당신 밭에 가시더니

금새 태울 것을 다 태우시고

돌아오신다.

 

며칠째 태우는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괜히

 

비는 다들 그리 반겨 하지 않는다.

한창 논이야 밭이라 준비해야하는데

비가 내리면 땅이 질어져

일하기가 힘들기도 하고,

겨울을 난 작물들 특히 양파는

습해를 입을 수 있기에 반기지 않는 이유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비 오기전에 뿌리는

영양제인지

양파밭엔 약치는 일이 많아졌다.

 

민새네 양파는 일체의 약이나

비료 없이 짓는 농사이기에 그런 수고를 하지 않는다.

 

아침을 먹고 작년을 기록들을 살펴보니,

작년 이맘때도 비 오기전날

논에 미강(쌀겨)을 뿌리고,

논을 갈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일명 쌀겨농법 흉내내기.

 

공교롭게도 작년 기록은

오늘과 같은 날 이였다.

그러나 미강의 량은

절반정도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우선 미강 12포를 네 구역으로 나눠

3포씩 옮겨 놓고,

수레에 미강을 부어서 삽으로 고루 뿌려줬다.

 

윗 논 형님은 3년마다 나오는 규산질 비료를 논에 뿌려줄려고

논두렁에 쌓아 두었다. 다른 분들도 이 비료를 뿌리고 있다.

필요할때 비료도 뿌려주는 관행농에 비해서

특별한 추비를 하지 않는 민새네 농사는

밑거름이 중요할텐데,

올해는 작년만큼 미강도 확보하지 못했고,

논에 넣을 다른 거름재료도 특별한 것이 없어서

우리 논에서 자랄 모에게

쬐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그래도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은 도둑놈 씸볼까나 ^^

 

1년에 3~4번 사용하는 경운기 로타리는

늘 사용할때마다 낯설고 긴장되었었다.

그런데 올해는 긴장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이라 할까

뭔가 열의가 넘치는 것 같다.

며칠전 찾아가는 농기계 수리교육을 통해

경운기의 문제되는 부분을 다 손을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쇠바퀴는 어떻게 바꿔끼어야 하는지...

어느쪽이 오른쪽, 왼쪽으로 가야하는지

이 부분은 항상 끼울때 마다 의문이였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쇠바퀴 관련 검색을 하다

간신히 꽂혀 있는 쇠바퀴를 보고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 쇠바퀴를 보니,

바깥면에 우(R), 좌(L)이렇게 쓰여진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뗑...뗑...

나를 바보라고 주절주절거리면서

바퀴를 갈아 끼웠다.

 

마른 논을 갈긴 하는 것이지만,

잦은 비에 물이 오랫동안 고여있는 곳이 많아 

논이 많이 질거라는 생각에 바퀴를 교체했는데,

역시나 빗물이 고인 쪽은 질어서 바퀴가 푹푹 빠질 정도였다.

곰배배추는 몇 년전 담아주신

장모님의 막걸리를 떠오르게 하는 풀이다.

쌉사름한 곰보배추 막걸리의 좋은 추억때문에

볼때마다 반가운 풀이다. 나에게만...^^;;

 

최대한 바퀴가 빠지지 않게 오후 내내

로타리를 돌려 겨우 1차 갈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