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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06.10 모내기

2015년 06월 10일 수 맑음

 

한창 양파 수학하느라 바쁜 시기이다.

게다가 비 소식에 마을 분들은 양파 수확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원래 어제 모내기 하기로 동네 아재랑 얘기가 되어 있었는데,

아재가 목요일부터 내리는 비 때문에 일정을 조정하여

어제 양파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 모내기를 연기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품을 팔아달라고 얘기하셔서 나도 양파 작업에 하루를 보냈다.

 

파평윤씨 집성촌에서 3대째 타성씨로 살고 계시는 아재는

그간의 외롭고 힘든 시간 속에도 멋진 아재만의 농장을

만드신 것에 뿌듯해 하셨다.

 

그러시면서도 그렇게 만들어 놓으신 공간을 이어갈 사람이

없음에 - 자제분들도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기에- 허탈해 하시는 것 같았다.

급기야 나에게 이 농장을 받아 해 보라는 말씀까지 하셨다. 

 

웬지 나의 노후와도 겹쳐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왔다.

 

어제 일하면서 간간히 마신 半전주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

첨 마실때는 그냥 잘 넘어가지만 금새 취해버리는 술인데,

아재랑 이런저런 얘길하다 그만 감당하기 힘들게 먹어버렸다.

잠자리 들때까지 머리도 아프고, 취기도 가시지 않아 고생하였는데,

오늘까지 계속 그랬다.

 

3시경 모내기하기로 했지만, 아재는 30분정도 먼저오셔서

미처 내가 준비도 해 놓지 않았는데, 모내기를 하고 계셨다.

논에 넣어놓은 모판도 아지매가 다 건져놓으셨고...

죄송하기만 했다.

 

우쨌든 모내기는 시작이 되었고,

늦게나마 모판도 나르고, 분주히 움직였다.

막판 모가 모자랄 것 같아 급히 수소문해서 남는 모를

구해보기도 했지만, 다행히 모판은 딱 맞아 떨어졌다.

 

4월 말경부터 준비한 모심기는 근 한달 보름정도 경과하여

이렇게 멋지게 마무리되었다.

 

가을엔 무농약, 무화학비료, 우렁이농법으로 짓는 민새네 쌀이 탄생할 것이다.

3년째 하는 모내기.

올핸 2년의 경험을 통해서 좀 더 착실히 준비한 듯 하다.

밑거름용 쌀겨도 미리 준비해서 갈비랑 섞어 경운기로 로타리도 쳤고,

고르지 못한 논을 최대한 고르게 하기 위해 며칠을 경운기로 로타리를 쳤다.

 

모도 고르지 못한 논을 대비해서 최대한 길이를 길게 잘 키워냈고,

이제 가을까지 큰 피해없이 큰 병없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성심껏 보살펴야 할 것이다.

첫해 농사 시작할때 많이 보이던 풍년새우.

작년엔 갑자기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올핸 반가운 모습을 보여줬다.

풍년이 될 모양인 갑다. ^^ 

 

알에서 깨어나기 시작한지 한달하고 이틀정도 지났지 싶다.

이제 제법 날개짓도 잘 하고,

나락까지 먹을정도로 튼튼하게 잘 큰 병아리들.

아직 어미가 병아리들을 돌 본다. 모성애가 대단하다.

하루를 정리하다 우연히 바라본 저녁노을인데,

그 감흥을 카메라에 담는 건 역부족이지 싶다. 

묘한 기분의 노을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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