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7일 목 맑음
오늘도 늘 그렇듯이 오전은 집안에서 보냈다.
내년에 새롭게 일구어갈 우리땅에 대해서
민경엄마랑 이런저런 얘길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심을지,
주변 땅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거름은 어떻게 만들지,
거름자리는 어디로 할지,
집터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등
좀 첨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행복한 고민과 걱정을 해보았다.
농부는 당연히 자기땅에 대한 욕심과
건강한 농사를 짓기 위한 건강한 몸과
어떠한 어려움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을 자신만의
철학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민새네는 우리 방식대로 지어갈 땅을 계속 갈구해왔고,
그런 노력이 조금의 결실을 거두었다.
그리고 여전히 기계없이, 화학비료, 비닐 사용하지 않으며,
거름도 우리가 만들어서 사용해 왔다.
오랜동안 농사지으신 어르신들에는
비할바 안되는 초보농부이지만
원칙과 소신을 지켜가는 당당한 농부로
살아가고자 한다.
내년부터는 농사 지을 밭도 더 늘어나고,
논농사도 지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힘에 부칠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논농사는 우리부부 두사람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기에 최소한의 기계의 도움이 필요할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꾸준하고 부지런히 해나가다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오늘도 오후 늦게 깔비를 했다.
내일 새벽에 눈 온다는 소식에
나무도 짤라 정리해야하고,
논에 옮겨놓은 콩깍지도 논에 뿌려
깔비할 갑바도 확보해한다고 생각하니
오후가 갑자기 바빠졌다.
나무 짤라 정리하는 건
시간이 많이 걸려 다음으로 미루고,
논에 콩깍지 뿌려주고,
깔비 긁어 모아서,
밭에 거름자리를 만들었다.
어제 한 것과 합쳐서 거름자리로 쓰기로 한 곳에 붓고,
넓고 두툼하게 깔고,
발로 밟아주면서 높이와 양을 맞추었다.
이제 눈이 오고나면 다시 깔비도 하고,
집에 모아두었던 밭의 부산물들-
율무대, 수수딩기, 수수대, 콩깍지- 톱밥, 쌀겨
등등을 섞어가면서 큼지막한 거름더미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 거름이 잘 썩어서 내년 가을 마늘 거름으로 쓰여질 것이다.
이렇게 우리식대로 지을 수 있는 땅과
우리식대로 만든 거름이 있어서
우린 항상 당당한 농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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