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05일 수 흐리다 비 & 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만큼
그 수확도 기대를 했었던 서리태는
아직 밭에서 비도 맞고, 눈도 맞으며
세워 말리고 있다.
콩이 안될려면 늦게까지 파랗다고 하는데
우리 콩이 그랬던 것이다.
밀이랑 보리를 심기 위해서 다 뽑아내어서
밭에 세워 말리고 있는데,
그중 일부분을 집에 옮겨와서 말리는데
11월 들어 잦은 비로 타작이 늦어져
오늘 오후 다시 눈 또는 비 소식에
그냥 타작하기로 했다.
얼마나 많은 양이 될까 보다는 조금이라도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타작을 했다.
타작할려고 옮겨놓으니 장난꾸러기 노랑이는
콩을 밟으며 돌아다닌다.
항상 그랬듯이 도리깨로 칠때 콩이 튀지 말라고
검은 망을 씌웠다.
이 검은 망은 뭔가를 펴서 말릴때도 좋고,
이렇게 콩, 율무, 수수, 들깨, 메밀 등 도리깨로 타작할때
멀리 도망가지 않도록 막아줘서 좋다.
물론 망을 씌웠다 벗겼다 하는 일이 번거롭긴 하다.
아직도 도리깨 질이 서툴다.
힘 조절도 잘 되지 않아 항상 타작하고 나면
곡식들을 아작을 내고 부스러기도 많이 만든다. ^^;;
도리깨질을 끝내면 민경엄마는 키질로
마지막 알곡만 추려낸다.
항상 뭔가에 대해서 열성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민경엄마는 키질 만큼은 잘 안된다며
오랜 숙련공이신 앞집아지매를 부러워한다.
세월이 흐르면 좋은 키질실력을 발휘하리라 믿는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던지는 질문
'김장은 하셨어요?' 이다.
올해는 배추도 무우도 작황이 좋지 않다.
그나마 집안의 배추는 좀 나은 편이다.
이놈들로 담주엔 김장을 담을려고 한다.
김장독 묻을 곳도 슬슬 준비해야 된다.
앞으로 이상기후와 지하자원의 문제로
먹거리의 자급자족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것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테니까 당연한 것일거다.
그러나 우리의 식량 자급율을 보면 걱정스럽다.
기아에 허덕인다는 북한의 경우도 식량자급율이
70%가 넘는다는데,
우린 쌀을 포함해야 겨우20% 정도의 자급률이다.
이런상황에서 정부에서는 쌀농사도 밭농사도
더 이상 짓지 말라는 정책을 벌이고 있으니 큰일이다.
귀농해서 단일작목이 아닌 소량다작을 목표로 농사
짓는 민새네는 봄에는 감자, 마늘, 양파, 밀, 보리 등을
가을에는 콩, 들깨, 녹두, 율무, 수수, 팥, 메밀, 땅콩, 고구마 등
잡곡을 주로 생산한다.
단지 당장의 수익을 위한 환금성 작물이 아니라
수확하는데 일도 많고 번거롭지만
장기적인 삶을 봤을때 잡곡류의 선택은 현재로서는
잘한 선택이였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은 가을의 생산물들을 이용해 미숫가루를 만들어보았다.
쌀농사를 짓지 않기에 찹쌀 현미만 빼고
나머지 흰콩,쥐눈이콩, 율무, 밀 등은 모두 우리가 생산한 것이다.
콩은 쪄서 볶는 것이 속에 편하다 하여 집에서 미리 쪄
말렸는데, 고소한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속은 편하단다.
가져간 재료들을 모두 볶는 기기에 넣어서 볶고,
선풍기바람에 식히고,
백태랑, 율무.
찹쌀현미를 볶으니 팝콘처럼 생겼다.
밑의 흰색이 많은 것이 찹쌀현미.
찹쌀현미, 밀, 쥐눈이콩.
가루내는 기계에 재료들을 다 섞어 넣으면 미숫가루가 되는데,
무려 3시간이 넘겨 걸렸다.
방앗간 밖에는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껴 내리고,
눈오는 겨울은 언제 오냐고 하던 새연이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고,
구수한 미숫가루내음은 오랜 기다림의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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