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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농사이야기

바쁘지만 느긋한 마음

2012년 04월 01일 일 맑음

 

토요일날 감자밭에 다녀오면서 길 주변 산에는

봄을 알리는 매화꽃과 진달래가 피어 있었다.

봄비 내린 뒤의 화창한 날은 맑은 하늘 만큼이나

주변의 푸르름은 더 마음을 들뜨게 했다.

 

 

 

지난 겨울 심어둔 완두콩이

얼었던 땅이 녹자 새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언제든 작물 스스로 자기의 생명력을 발휘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하고, 감히 기특하다.

3월이 들어서자 마을분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하고,

밭들도 관리기로 골들이 타지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3월 중순인데도, 땅콩을 심으신단다.

3월 말인데도 시기를 놓칠까봐 동네 형님네는 마음이 바쁘시단다.

그리고 동네에 고사리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묵었던 밭들도 기계 작업을 하고, 잘 정리된 밭으로 뚝딱 만들어진다.

 

우리에게 감자 심고 난 4월 지금은 조금 숨고르기 하는 시간이라 생각된다.

동네분들처럼 시기를 당겨 바쁘게 움직이지 않고,

최대한 이전 방식대로 시기를 맞춰볼려고 하니까

지금 시기가 특별히 파종할 작물도 없으니, 조용히 숨고르며,

하나씩 일을 찾아서 해 본다.

오늘은 올 가을 마늘밭에 뿌릴려고 만들어놓은 거름을 뒤집었다.

감자거름처럼 처음 켜켜히 쌓아놓고, 뒤집기를 하지 않았기때문이다.

거름더미가 감자거름더미보다도 많았지만, 이력이 붙은 건지

이번이 좀 더 수월해 진 것 같다.

민경엄마가 빗물을 삽으로 퍼 나른다고 고생 많이 했지만...

 

거름 뒤집는 동안 밭 주변으로 골말 동네 어르신들이

밭 손질 하시느라 바쁘시다.

양목아재 내외는 땅콩밭에 비닐 씌우고 계시고,

봉산아재 내외도 땅콩 비닐 씌우시고,

봉산아재는 어김없이 새로 도구를 파시고 있다.

우리밭의 마늘은 거세게 부는 바람에 잎들을

나부낄정도로 많이 자라있다.

깔비하나 깔아주지 않아 겨우내 많이 힘들었을 양파는

봄비를 맞고 거침없이 줄기를 뻗어내고 있다.

산에 나무하러갔을때 민경이랑 새연이가 소나무 가지로

만든 기지.

새연이가 먼저 시작하고, 민경이가 뒤 이어 만든 것인데,,,

틈틈히 산책 겸 와서 제법 멋들어지게 만들었다.

감자밭에서 새연이가 재촉하는 바람에 엄마만 밭에 두고,

민경이랑 새연이랑 같이 산에 올랐다.

 

 

산을 내려가는 길에 만발한 진달래 꽃.

올해는 또 어떤 한 해가 될지

새롭게 느껴지는 봄기운처럼

조급하고, 서두르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자연처럼 그렇게

느긋하게 한해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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