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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뿌리내리기

07.21 땅2

2012년 07월 21일 토 맑음

 

이른 아침 산밭으로 오르는 길에

동네 형님뻘 되시는 분과 만났다.

 

우리가 논농사를 짓고자 했던 땅에

형님도 그 땅에 농사 지을 마음이셨다 한다.

특히 양파농사를 짓고 싶으시단다.

 

그리고 이미 농사 짓고 계시던 동네아제와

얘기 다 되었는데...

우리가 농사를 지을줄 몰랐었다고,

그 얘길 얼마전에 들었다고 하시면서

양보를 해 주면 안되겠냐고 얘길 하신다.

 

사건의 전말은 작년에 논을 샀는데,

경지정리된 대략 4마지기 정도 되는 땅에

우리 땅이 1마지기가 채 되지 않는 땅과

또 다른 경지정리된 논 중에 2마지기 정도를

각각 샀었다.

 

땅을 사고 나서 만나는 동네분들 모두 왜 농사를

직접 안 짓고 남 주냐고 하셔서

밭농사가 조금 익숙해 지면 지을려고 합니다고 얘기했었다.

그래서 올해까지는 그냥 뒀다가 내년부터 부칠 생각이였다.

의식적으로 그런 얘길 이불러 흘리기도 하면서...

 

그런데 아재가 나에게 말씀도 없이 그냥 그 논을

동네 형님에게 부치라고 얘기해 버리신 것이다.

 

처음 그 얘길 듣고 화가 나기도 타지에서 들어온 사람이라

무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양보하면 그냥 별 잡음없이 끝날 일이지만,

이번일은 그렇게 그냥 넘어가기엔 썩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아는 안면에 타지에서 들어온 사람이라는 것이

자꾸 맘에 걸린다.

 

상대가 필요한 만큼 나도 필요한 것이면 내 의사도 똑같이 주장하고,

또 내가 그 땅의 일부의 주인이므로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고 맘이 정해지다가도

그냥 논 농사만 할 수 있는 다른 땅을 부칠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하루 종일 머리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답답한 마음도 든다.

 

저녁에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늘어놓았던

밀을 거두면서 우리가 부치는 집앞밭을 찍어봤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개간했지만, 사진 왼쪽편은

아직 다 개간하지 못해 풀만 무성했었는데,

예초기 작업을 했더니 깨끗해 졌다.

밭주인 아지매도 흐뭇한 미소를 보내주셨다. ^^*

 

밭엔 저멀리 키큰 옥수수도 있고,

수수랑, 고추, 고구마, 율무, 아주까리, 목화, 호박에다,

사진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참깨,아주까리콩, 녹두도 심었다. 

동네 한가운데 있는 밭이라 동네분들의 입담에 자주 오르락내릴 수

밖에 없는 밭인데, 오늘 예초기 한번 돌리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봄에 종균 심어뒀던 표고목을 집뒤 담벼락으로 옮겼다. 

오랜 걱정거리 하나 해결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빈집도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잘 버텨왔지만 집과 땅에 욕심이 자꾸 생긴다.

맘 편히 농사 지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래본다.

앞밭 예초기 작업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

우리밭에 갈려고 하니 일을 마치고 새연이랑

민경엄마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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