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보 막이를 조금 일찍 했습니다.
보막이는 보통 보도랑 청소라고도 합니다.
논에 물을 대는 수로를 청소하는 것인데요.
그러면 왜 보도랑(수로)청소라 하지 않고, 보막이라고 할까??
처음에 그게 이상하더라구요.
그러다가 몇년동안 보막이에 참석해서 보니 이해가 되더라구요.
수로를 청소하려면 보를 막아 물을 흘려 보내지 않아야
청소가 용이하기때문에 보막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더군요.
저희 마을 구평마을은 합천의 끝이면서, 산청군과 경계인 마을입니다.
그러다보니 산청군에 소재한 토지에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논 농사는 합천보다는 산청쪽에서 더 많이 짓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매년 보막이는 산청군과 합천군 구평마을 사람들이 함께 하는 날입니다.
말로만 듣던 아랫마을(산청구평마을)분들도 뵙게 되는데요.
이번엔 아랫마을 한 아지매가 저희 마을 부녀회장님한테 넌지시 물어보시더군요.
저 젊은 사람은 누꼬?
우리마을 지도자아입니꺼!!
아~그 사람이가! 말은 많이 들었는데...ㅎㅎㅎ
그때 갑자기 드는 생각, 저에 대해 무슨 말을 많이 들었는지 궁금해지는...
여쭤볼라다가 참았네요. ㅋㅋㅋ
그렇게 합천에서 시작된 보도랑 청소는 산청까지 걸어서 2~3킬로 정도 이어집니다.
보도랑을 따라 걸어가면서 도랑도 청소하고, 또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는 시간이 참 정겹습니다.
민새네 논을 지나갈때 동네 아재가 쟁기질 해 놓은 것을 보시고는
마침 논에 세워 놓았던 경운기를 보시면서 경운기로 쟁기질을 한거냐며 물어보시기도 하시고,
논 주변에 세워진 트랙터, 트레일러 달린 경운기를 보시면서는
트렉터 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논 주변에 그냥 방치해두지말고, 비가림해서 보관하라고 조언도 해주시고,
트레일러 달린 경운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동네아재들끼리 논쟁이 붙었었다는 얘기도 하시더라구요. ㅎㅎㅎ
보도랑 청소가 끝나고 나면 보를 책임지는 담당자(소임 이라고 함)가
준비한 음식과 술, 음료를 나누면서
한해 결산과 상호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올해 젤로 큰 화두는 산청과 합천을 나눠서 청소하자는 것이였습니다.
왜냐하면 합천 쪽에 농사 짓는 사람은 몇 되지도 않는데,
산청쪽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합천쪽까지 가서
일할 필요가 있냐는 취지의 말씀이셨는데요.
더군다나 합천쪽은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아재들 말씀이 한 곳의 보에서 나오는 물이고,
그 관리자도 한명인데, 그걸 농사짓는 곳으로 나눠서 청소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였습니다.
더불어 이렇게라도 해야지 서로 얼굴도 볼 수 있는 것이지 않겠냐,
지금까지 해 왔던것처럼 함께 힘을 보태면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으니
굳이 나누지 말고 같이 하자.
라는 말씀이 많아서 그냥 나누지 말고 예전처럼 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민새네는 사실 합천 쪽만 논이 있어서 합천 쪽만 하면 금새 끝날수도 있고,
경작하는 논도 고작 9마지기(초창기엔 4마지기)밖에 되지 않는데도...
(다른 아재들은 20~50마지기까지 되는 분들도 많음)
산청쪽까지 내려가면서 청소를 해 왔었는데요.
앞으로 우리 농촌과 농사가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농사 규모가 많든 적든, 지역이 어디든 상관없이
같은 물줄기를 이용하는 나락 농사를 짓는 농부들끼리
오래도록 함께 어울려서 농사 지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요.
산청쪽 마지막 보도랑쪽엔 딸기 하우스들이 많이 있습니다.
근데요. 요즘 딸기하우스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의 숙식을 제공해 주면서 일을 시키는데요.
여기서 문제가 숙소의 생활폐수가 별도의 정화 시설없이
그대로 보도랑으로 유입된다는 것입니다.
제발 돈 벌이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것들은 지켜가면서 해야지요. --;;;
딸기 하우스 옆에 논을 가지고 있는 마을 아재가 그 부분을 언급하니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은근슬쩍 넘어갈려고 하는 모습이 참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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