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골살이

(1624)
01.04 땀흘려 좋은 날 2013년 01월 04일 금 맑음 지난주 눈 내린 이후로 오늘은 가장 따스한 날이였던 것 같다. 계속되는 한파로 움츠려만 있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따스했다. 눈도 어느정도 녹고해서 집 안에 모아뒀던 밭에서 나온 부산물들이랑 톱밥, 왕겨 등을 거름더미에 가져다 넣기로 했다. 길가에서 밭안의 거름자리까지 수레에 부산물들을 싣고 옮기는데 따스한 날씨 탓인지, 눈길로 수레를 밀고 가서 인지 땀이 마구 흘러내린다. 당근줄기, 팥줄기, 톱밥, 쌀겨, 수수딩기, 율무딩기 등 지금까지 모아둔 것들을 모두 넣고, 물 대신 눈으로 그 위를 덮어줬다. 옛말에 눈이 많이 오면 그 다음해는 풍년이였다 한다. 그런 말을 떠올리며 올해는 농사가 다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본리지에도 눈이 많으면 가뭄도 없어지고, 비가 ..
12.31 지붕위에 이 던지기 2012년 12월 31일 월 맑음 민경이도 유치는 자기손으로 잘 뽑더니 둘째 새연이도 흔들리는 이빨이 그렇게 찝찝했었는지. 이른 아침 마침내 이를 뽑았다. 태어나서 두번째 이를 뽑았다. 그리고 뽑은 이를 두번째로 하얀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지붕위로 날렸다. 지붕위까지 던지는 시늉은 새연이가 하고, 실제 아빠의 투척으로 마무리했다. ^^
12.27 당당한 농부 2012년 12월 27일 목 맑음 오늘도 늘 그렇듯이 오전은 집안에서 보냈다. 내년에 새롭게 일구어갈 우리땅에 대해서 민경엄마랑 이런저런 얘길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심을지, 주변 땅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거름은 어떻게 만들지, 거름자리는 어디로 할지, 집터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등 좀 첨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행복한 고민과 걱정을 해보았다. 농부는 당연히 자기땅에 대한 욕심과 건강한 농사를 짓기 위한 건강한 몸과 어떠한 어려움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을 자신만의 철학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민새네는 우리 방식대로 지어갈 땅을 계속 갈구해왔고, 그런 노력이 조금의 결실을 거두었다. 그리고 여전히 기계없이, 화학비료, 비닐 사용하지 않으며, 거름도 우리가 만들어서 사용해 왔다. 오랜동안 농사지으신 어..
12.28 눈오는 날 2012년 12월 28일 금 눈 어제 일기예보에 오늘 새벽부터 많은 눈이 내린다고 했다. 그래서 민경이는 종업식을 하루 당겨하고 유치원에서는 눈 안오면 유치원 보내셔야 한다는 얘길 들었었다. 아침 7시경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의 등원 안해도 된다는 전화가 오고, 새연이는 쌓인 눈을 보더니 눈싸움부터 하겠다고 들떠하고, 큰아이 민경이는 눈이 싫다고 하면서 이불을 덮어썼다. 그렇게 펑펑 눈이 내려 오전 재어본 적설량은 13센티 정도. 아침을 먹고 집앞을 부터 담벼락 주변을 삽으로 눈을 치우는데 벌써 이장님은 마을회관 앞의 눈을 치우고 계신다. 어느정도 눈을 치우고 나서는 새연이도 민경이도 많이 쌓인 눈에 들떠하는 모습이다. 아랫동네 새연이 친구는 회관 근처에서 새연이를 부르지만, 새연이는 집앞에서 놀거라면서 ..
12.26 조금씩 틈틈히 2012년 12월 26일 수 맑음 연일 강추위다 12월이 이렇게 추우니 1월은 좀 따뜻해질까?? 민경엄마는 어림도 없다고 한다. 시골생활 3년째 이렇게 추운 적은 처음이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혹독한 추위인지도 모르겠다. 낡은 빈집에서 맞는 추위 말이다. 계속되는 추위에 오전에 집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 자꾸만 움츠려지고, 이불 속을 파고 든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어느덧 12월도 2012년도 끝자락이다. 정신을 차려야겠다. 어영부영 보내야할 시기가 아닐 것 같아 조금씩 틈틈히 거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선 산에서 깔비부터 하기로 했다. 하루에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조금씩 매일 하기로 했다. 오늘은 갑바로 세갑바 정도 가뿐히 했다. 밭에 거름자리 만들어서 조금씩 쌓아나갈려고 한다.
12.16 김장담기 둘째날 2012년 12월 16일 일 맑음 김장담기 둘째날이다. 학교에서 김장담기 체험행사를 한 두 아이들은 시작전부터 의욕이 넘쳤다. 난 김장담고 나서 먹을 막걸리와 수육에 군침이... 올해는 한 스님의 비법을 이어받아 배 대신 고구마를 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새연이가 팔을 걷고 돕는다고 채칼로 고구마 껍질을 벗기고, 민경엄마는 잘게 썰고, 오늘은 아침부터 땅 파는 일이 계속이였다. 지난번 묻어뒀던 무우가 민경엄마는 계속 불안했었나보다. 햇볕도 잘 안들고, 무엇보다 콘테이너 박스에 넣어 묻어 둔 것이 맘에 걸리는 모양이였다. 나도 사실 너무 지면부위로 많이 올라와서 걱정이였다. 그래서 다른 자리로 옮기기로 했다. 처음 묻어뒀던 곳을 파서 무우를 꺼내어보니 다행히 별 문제없이 잘 보관되어 있었다. 그래도 옮기기로..
12.15 김장담기 첫날 2012년 12월 15일 토 흐리다 맑음 12월에 이렇게 추운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구들방에 들어가면 나오기 싫어질 정도로 추븐 추위가 잠시 주춤한다. 어제 많은 비가 내리면서 꽁꽁 얼었던 배추도 다 녹아내렸다. 걱정하던 민경엄마의 마음에도 해동이 된 것 같다. 오늘 드디어 김장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밭에 있는 놈들을 다 베어와서 겉잎파리 다 뜯어내고 김장할 것만 모아보니 겨우 이정도 밖에 안된다. 속이라도 많이 차야되는데 그것도 아니고, 이곳와서 3년째 하는 배추농사인데 올해는 모종도 많이 사서 심고, 직파도 많이 했는데도 작황이 너무 좋지 못하다. 굼벵이도 한몫 단단히 했다. 우선 오늘은 소금에 절여 놓는 것 까지. 겉 잎파리 떼어내고 좀 더 정리한 잎파리들은 씨래기로 만들기 위해 볏짚으..
12.07 눈 내린 밭 풍경 2012년 12월 07일 금 흐리고 눈 오늘은 학교수업도 일찍 마칠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다. 눈은 교통을 마비시킬정도로 무섭다. 몇 몇 마을 아이들은 아예 학교에 오지도 못했단다. 집안 배추밭에도 하얀 눈이 덮혔다. 다음주에는 김장을 할 예정이였는데, 민경엄마는 배추가 계속 얼기만 하고 녹을 시간이 없어 걱정이란다. 옛말에 문전옥답이라고 했다. 문을 열고 나오자 마자 펼쳐진 밭은 아무리 박토라해도 금방 옥답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손길이 많이 갈 수 밖에 없기에 그렇다. 나도 그런 문전옥답을 만들고 싶은 게 소원인데, 그건 언제나 이뤄질런지... 몇달 계속 오줌을 모아왔는데, 더이상 오줌을 받을 통이 없다. 채우면 비워도 줘야하는데, 가을 걷이 끝나고는 우리밭에 잘 가보질 못한다. 거리도 있..